▲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자료사진)
연합뉴스
이처럼 이 수석은 민자당 후보로, 한나라당 후보로, 새누리당 후보로 총 세 차례 '광주 도전'에 나섰다. '호남 지역주의'에 균열을 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 실세'로 자리잡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에 잇달아 발탁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정현 수석은 박 대통령을 장악하고 있다"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는 "이 수석이 대통령을 장악하는 비결은 끊임없이 대통령을 연구하는 것이다"라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과거 어떤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했는지 등을 끊임없이 살피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박근혜 독심술의 1인자'로 자리잡은 이 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던 지난 4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자리에서 "50살이 넘어 의원이 되면 재선까지만 하기로 결심했다"라며 "이것은 오래된 결심이다"라고 말했다.
"재선이 아니더라도 재선 임기기간 8년만 정치권에 남기로 했다. 남은 생은 가족들을 위해서 써야지. 안 믿어지겠지만 그래도 내가 안수집사인데 남은 내 인생 종교활동을 하면서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야지."'그럼 광주 재도전 안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수석은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그렇게 도전했는데 안 됐다"라며 "(게다가) 청와대에 근무한 후에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더 힘들다"라고 대답했다.
"다음 총선에서는 (광주 재도전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4년 후 총선 출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청와대에 근무하는 것도 안된다. 모든 초점을 선거에 맞춰놓고 일을 할텐데 그렇게 일하면 안된다."청와대에 근무하면서 2016년 총선에 출마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박근혜 순장조'다운 모습이다.
'50대 재선'에서 멈출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발언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에도 있었다. 이 수석은 지난해 7월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 임기 끝나고) 청와대에서 나가면 정치는 절대 안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는 생물이다'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절대'라는 위험한 부사어는 잘 구사하지 않는다. 이후 빠져 나갈 여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날 "정치는 절대 안 한다"라고 했다. 언제나 목소리 톤이 높은 그의 발언이 좀 더 이어졌다.
"호남에도 출마하지 않을 거다. 3번 출마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나. 청와대 수석을 한 사람이 청와대에서 나간 뒤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본다. 50대에 국회의원이 돼서 재선 정도 하고 한 번은 원내총무를 해보는 것이 내 꿈이었다."현재 유력하게 나도는 '서울 동작을 출마설'을 헤아리면, "국회의원은 50대에 재선까지만 하겠다"와 "호남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라는 발언은 매우 흥미롭다. 지금이 그 두 가지 발언을 만족시키기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수석이 서울 동작을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그가 여러 차례 소신처럼 강조해온 '50대 재선'과 '호남 출마 안 한다'는 말은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가 대변하겠다고 했던 '약속과 신뢰정치'를 훼손하지 않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7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말한 "대통령을 위한 도마뱀의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세 차례의 '광주 도전'보다는 쉬운 길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 수석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 하나.
'그는 과연 서울 동작을에서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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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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