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당선자가 4일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승리의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조정훈
안타깝게도 대구는 전국에서 무상급식 최하위(19%)를 기록하고 있다. 우동기 당선자는 교육감 재임 시절 저소득층 학생들에 한해 무료 급식 지원을 했지만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해왔다.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이 잘 시행되는 수도권·전남 지역을 볼 때면 부럽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우동기 당선자는 보수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그는 학교급식 정책을 전면 개편해 초등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중학교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함으로써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급식비 지원받을 사람 손 들어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이 다 지켜보고 앉아 있는 교실에서 '우리 집 가난해서 급식비 지원받아야 한다'며 손을 들어야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는 내게 '그런 건 나쁜 게 아니다'라고 위로했지만 어린 나이에 친구들의 눈치를 감당해야했던 나는 꽤나 힘들었고 위축됐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똑같이 급식비 지원받고 똑같은 밥을 마음 편히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진보 교육감들의 철학이 담긴 '무상급식' 공약을 우 당선자가 과연 어떻게 실현시킬지 기대된다. 당선 소감을 통해 '후보 시절 내건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구가 '꼴찌'라는 수식어를 벗을 수 있게 공약들이 꼭 이행되길 바란다.
'대구 혁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건 아니겠지?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당선자는 2000년대 그는 한나라당 초선의원들과 함께 소장파 그룹인 '미래연대'를 결성했다. 2004년 출마한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옷을 입고 서울 노원을에 출마했지만 상대 후보에 1.9%p 차이로 낙선했다. 그후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에 일조하면서 43세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그는 취임해서 퇴임할 때까지 언론 및 시의회 등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정무부시장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권영진 당선자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박빙' 양상을 보였다. '변화'를 바라는 대구 시민들의 표가 어디로 쏠릴지는 선거 당일 오전까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새누리당 후보지만 상당히 개혁적·쇄신적이라는 평을 받은 권 당선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심정으로 표를 던졌다.
권 당선자가 선거운동 초반 내건 현수막에는 '대구 혁신! 큰일 해낼 젊은 시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선출된 그는 "대구를 혁신하겠다는 일념이 고등학교밖에 대구에서 나오지 않은, 아무 연고도 없는 저를 후보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후로도 권 당선자는 여러 차례 연설과 토론회를 통해 '대구 혁신'을 꾀했다.
권영진 당선자는 '공직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시청을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뜻으로 ▲ 시민원탁회의 신설 ▲ 시민정책 공모제 및 시민정책 평가제를 확대 ▲ 시민행복 콜센터 설치·운영 ▲ 친절도, 청렴, 전문성, 능력, 공정의 5대 기준으로 인사 혁신 ▲ 개방형 공모제를 확대, 낙하산 인사의 잘못된 관행 뿌리 뽑기 ▲ 현장소통 시장실을 월 1회 이상 운영 ▲ 시정관련 회의록, 시장결재문서 등의 정보 전면 공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들대로라면 대구의 '공직혁신'이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다. 늘 시청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민원실만 드나들던 시민들이 이제는 '문지방은 없는데 문턱은 높은' 시청에도 들어가 시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없도록, 내세운 공약을 반드시 이행할 지 지켜볼 일이다.
'창조경제타운' 팽당하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