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후보들은 2006년 이후 진행되는 웬만한 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이번 6.4 지방선거에 활용하고 있다.
한만송
그동안 집권 여당의 여러 후보들은 일명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러 후보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 명함, 유세차량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 인사인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는 '박근혜 마케팅'을 좀처럼 활용하지 않는 모양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와 '박빙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박근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유정복 후보, 왜 '박근혜' 거론 안 할까유 후보는 경기도에서 김포군수·시장과 3선 국회의원을 역임했지만, 인천시장에 출마했다. 유 후보는 출마를 선언할 때 "새로운 인천을 열망하는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심의 바다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공식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다른 후보들이 여전히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여우와 고슴도치>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20여장 넣을 정도로 그동안 박 대통령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인천역에서 진행한 공식 선거운동 첫 유세 때도 인천시 부채 문제와 송영길 후보의 과거 전력, 측근 비리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여기에 자신의 핵심 공약인 KTX 건설도 강조했다.
유 후보는 지난 27일 인천시장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인천지역 언론사 등이 개최한 여러 토론회에서도 '박근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선거공보물에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정권의 핵심' 등을 적었을 뿐이다.
야권은 세월호 참사와 국정 난맥상, 서민경제 악화 등의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물으며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의 기치를 들었다. 친박계 핵심이자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유 후보는 정권 심판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유 후보가 박 대통령을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이런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은 다 안다. 대통령 측근이라고 너무 강조하면 (유권자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고, 너무 강조하면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심판 프레임을 '송영길 시정 심판'으로 바꾸려는 의도도 보인다"는 물음에 "송영길 시장은 현직으로, 우리는 도전하는 입장이다 보니 송 후보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