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희훈
"우리는 그렇게 해온 거야. (경제) 성장을 왜 하는지, 누굴 위해 하는지, 생각을 못 했거나, 아예 하지 않았거나…. 국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을 제껴두고 말이야."그는 외투를 벗어 의자 위에 올려놨다. 그리곤 펜을 쥔 손으로 책상을 툭툭 쳐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인터뷰는 결코 만만치 않다. 모든 인터뷰가 그렇지만, 그와의 대화는 긴장의 연속이다. 사전 질문지도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법도 없다.
- 이번 참사를 선장이나 회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경향도 엿보이는데요."(고개를 흔들며) 그냥 몇몇 사람만 감옥에 집어넣고 끝날 것 같으면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 근데 세월호 사고가 어디 그런 건가. 밑바닥엔 '돈'이 있잖아. 단순한 '돈'이 아닌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그 '돈'이라는 거야."
그가 말하는 '돈'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그 체제를 굳건히 지켜주는 핵심이기도 하다. 마르크스 경제학과 공황을 연구해 온 그에게 자본주의는 극복대상이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계층 간 부의 양극화, 사회적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입에서 예고됐던 것들이다. 그의 '돈' 이야기는 계속됐다.
"누굴 위한 성장인가, 철저히 기득권층을 위한 성장""서구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돼. 빈부격차에 따른 불평등은 계속되고 경제위기도 함께 이어져요. 예나 지금이나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집중됐고, 더이상 그들도 참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거예요. 유럽은 말할 것 없고, 미국의 잘나가던 재벌들이 해체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크게 높아진 것도 그런 위기 때였어."그는 "서방 국가들은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민주주의도 한 발 더 앞서갔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성장만 있을 뿐 민주주의에 대한 체험도 부족했고, 제대로 된 경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기득권층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들은 정부관료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도 포함된다. 재벌기업들도 한 축을 이룬다.
- 이명박 정부 이후 진보진영에선 개발독재의 회귀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고개를 끄덕이며)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부도 진보정권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에선 어느 정도 진전하려는 노력이 있었지. 그런데 말야, 이명박 시대부터는 완전히 과거로 돌아간 거야. 일부 대기업과 기득권 중심으로 철저히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했잖아."
- 이번에 관료들에 대한 비판도 거센데요."예전부터 독재정권은 관료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수밖에 없어. 지금은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관료와 정치권, 언론 등의 결탁은 오히려 더 교묘하게 유지되고 있잖아. 퇴직 이후 공무원들 산하기관에 재취업하게 해주면서 정치권과 기업, 관료들이 한통속이 되고,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늙은 사람들도 제정신 차리고, 젊은이들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 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