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3반 교실유경근씨는 저 교실의 풍경을 결코 잊지 말고, 더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이 잘못된 사회를 바꾸자고 말한다.
권태홍
- 왜 이런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는가를 두고 많은 분들이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황 없으셨겠지만, 우리 사회가 선진국 문턱에 왔다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아이고 제가 그걸 알면 대통령을 하겠죠. 답답합니다. 한때는 나라의 기틀이나 체계가 잘 잡혀나가는 것 같았는데…아, 이번 일 겪으면서는 '이게 참 문제 많구나' 생각했어요.
특히 팽목항에서 만난 공무원들,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분들이었지만 정작 필요한 일들을 진행하려 할 때는 답답한 면들이 많았어요. '왜 이렇게까지 됐지? 공무원사회가 이런 건가?'라는 비약적인 생각도 했고요. 이걸 정말 좀 바꿔나가면 좋겠는데, 아직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고요. 그런 것을 많이 느끼다보니, 지금도 여전히 답답하죠."
- 이런 질문 드리기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희망의 단초라도 발견해야 하지 않냐'고 할 때, '어디에서도 발견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이 아픔의 터널을 지나고 계시지만, 그래도 희망의 단서는 있는 것 같으신지."같이 계시는 부모님들 중 상당수가 진지하게 '난 이민 가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없다는 얘기죠.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정말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모든 분들이 그렇게 할 수는 없겠죠. 어쨌든 이 땅에서 살아가야하는 분들 더 많을 테니까….
희망이 없어 보이는 건 맞지만, 결국 어디서 그 희망을 찾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 희망이 될 수 있느냐?' 이렇게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내 아들딸들이, 후손들이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데 어디에도 희망이 없다… 저도 똑같이 생각하지만 그래도 굳게 마음을 먹고, 그래도 내가 희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일 이것까지 꺾어져버린다면 저도 떠나는 길을 선택할지도 모르죠. 그래도 그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제가 할 수 있는 몫은 최대한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 찾으러 가서 첫날 새벽에 한 번 펑펑 울었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를 지난 수요일에 만났을 때… 한 1시간 정도 펑펑 울었습니다. 그 뒤로도 눈물은 나는데, 울지 않아요. 참 힘듭니다. 혼자 있으면 울고 싶고요. 주변에선 그냥 울어버려라, 못 견딜 것이라고도 해요.
저는 모든 과정이 바른 모습으로 되돌려질 때까지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장례식 때도 울어본 적 없고, (딸을) 발인하고 안치할 때에도 눈물은 났지만 억지로 참았고요. 국민 여러분께서도 그만 눈물 흘리시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동참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크든 작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 바람이고, 동시에 모든 유가족들의 바람입니다."
- 소중한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가 특별방송을 한 것도 온 국민이 상주가 된 상황에서 뭔가 힘을 합쳐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초대에 응해주시고, 희망을 일궈야 한다고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저희 유가족들은 많은 국민 여러분이나 네티즌 여러분들이 예상하시는 것보다 더 많이 힘이 듭니다. 참 힘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고, 또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우리 자녀들이 똑같은 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신 차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많이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저희가 한풀이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말 꽃도 못 피우고 스러져간 우리 아이들이 저 세상에서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의 뜻을 부모들이 이제라도 이루어줘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굳건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면 더 힘을 내서 좋은 나라, 안전한 나라, 행복한 나라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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