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에 있는 A마트. 이 가게의 주인인 강아무개 학생의 부모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셔터문을 내렸다. 강아무개 학생을 아는 동네이웃과 학생들이 써붙인 절규 "단원고 우리 ○○이를 지켜주세요" 메모가 닫힌 셔터문 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남소연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다시 사흘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구조되리라는 바람과는 달리 사망자 수가 늘어가고, 배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과 부모들의 애잔한 사연을 접하면서 나는 곧잘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여간해서는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버텨내다 보니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울고 싶어도 이를 앙다무는 것으로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눈이 큰 만큼 겁도 많고 울음도 많아 울보라고 불리곤 했지만, 그것도 다 옛날 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꾸 눈앞이 흐려지고 코끝이 싸해지고 급기야는 펑펑 울게 되는 것이다. 마치 꽁꽁 묶었던 매듭이 풀린 것처럼.
"엄마, 초등학교 앞 ○○마트 집 아들이 단원고등학교 학생이었대요. 마트 철문 앞에 '우리 아들 △△이를 살려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거기에 아이들이 메모지를 붙이고 있어서 저도 써놓고 왔어요. 꼭 살아 돌아오라고…."스물네 살 우리 아이도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런 아이를 보니 다시 또 왈칵 울음이 쏟아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그 사이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한 자락, 그 밑으로 서 있는 나무들의 가지마다 고개를 내민 초록빛 잎들…. 이렇게 화사한 봄날, 열여덟 번째 봄을 맞이하며 햇빛에 반짝이던 초록빛 잎들이 푸르른 꿈을 미처 피워내지도 못한 채 떨어지고 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를 위해 벗어주는 의로움으로, 서로 구명조끼의 끈을 묶어 마지막 숨을 함께하는 영원으로, 학생증을 손에 꼭 쥐는 것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애절함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거센 물결을 일으키는 바다, 그 가운데 섬처럼 자리 잡았던 배의 꽁무니마저 삼켜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무심한 바다. 그 바다를 마주하고 아이들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선착장 끝에 앉아 아이와 가장 가깝게 있으려는 애틋함으로, 불러도 대답 없는 자식의 이름을 수없이 되뇌는 그리움으로,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절절함으로….
"영진이 교회 동생은 아직 못 찾았대요... 어떡해요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