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두 번 죽이는 언론... 화난다"자신을 '단원고 학생'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학교를 찾은 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학생들 물건을 뒤졌다"면서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행동에 지치고 화가 난다"고 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화면캡쳐
한편 오전 수업을 재개한 24일, '트라우마 치료' 등 4교시를 마치고 나오는 3학년 학생들의 하교 모습도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날 낮 12시 10분께부터 하교한 학생들은 문 앞에 몰려든 50여 명의 취재진들을 피해 고개를 숙이거나, 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학교 앞 길을 내려왔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셔터소리에 화들짝 놀라, 내려오다 말고 다시 학교로 되돌아간 학생도 있었다. 이를 본 사진기자들은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현장에서 조기 철수했다.
현장을 지켜본 한 미디어 전문 매체 기자는 "기자들이 자제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당사자들은 폭력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서 "(학생이 쓴) 편지를 읽으며 그럼에도 사고를 취재해야 할 정당성은 무엇일지, 스스로 여러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를 나온 학생들은 단원고 인근에 위치한 임시 합동분향소, 후배들이 입원 중인 안산 고대병원 등으로 향했다. 오는 29일에는 단원고 재학생 1학년들의 수업 재개가 예정돼 있다.
단원고 상담을 전담하게 될 정운선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은 브리핑을 통해 "단원고 학생들은 현재 비교적 차분하게 등교해 수업에 잘 임하고 있다"며 "단원고를 살리는 일이 안산을, 나아가 위기에 빠진 국민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세월호가 바다에 떠 있다가 침몰했다보니, 아이들은 어른들이 구조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라 인지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주로 그런 부분을 상담하고 있다, 기자분들도 앞으로 학생과 교사들이 최대한 안정 취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단원고 3학년 학생이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 |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
제가 이렇게 기자분들에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들과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낀 점에 대해 몇 글자 간략히 적어보려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올해 들어서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장래희망이 바로 여러분들과 같은 일을 직업 삼는 기자였거든요.
저의 꿈이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가장 먼저 특보를 입수해내고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의무입니다. 하지만 그저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앞 뒤 물불 가리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며 정말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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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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