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안 아플 때 구경 많이 다녀"라고 하시던 어머니들.
이승숙
아주머니는 구경 다니는 내가 부러운 가 보다.
"다리 안 아플 때 많이 구경 다녀요. 아프면 아무 데도 못 가."그러자 다른 아주머니가 불쑥 바지를 걷어 올리며 무르팍을 보여준다.
"아이고, 파스 없이는 못 살아."아주머니의 무릎에는 살구색 파스가 두 장이나 붙어 있었다.
이야기는 이내 무릎으로 옮겨갔다. 다리가 새콤새콤 아파서 잘 걷지도 못한다면서 수술을 해야 할까 보다 한다. 오래 써먹었으니 탈이 날 때도 됐다며 스스로 위로를 하듯 말하지만 그래도 두 발로 쑥쑥 걸어 다니는 내가 부러운지 "건강할 때 많이 구경 다니라"라면서 충고해준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는다. 말벗이 그립던 차에 말을 붙여주는 게 반가워서 그런 걸까. 이야기를 붙이면 말맛이 나도록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떤 때는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라며 집 안으로 이끄는 분들도 있다. 강화나들길은 이렇게 어르신들을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궁골의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바로 강화여고가 있다. 대개의 경우 학교들은 교문을 지나 운동장이 있고 또 그 너머 교사(校舍)가 있기 마련인데 강화여고는 교문과 건물이 바투 붙어 있다. 그래서 길에서 보면 운동장이 보이지가 않아 학교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교문과 건물 사이에 여유 공간이 별로 없어 좀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