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산 산 비탈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나무들.
성낙선
봄기운이 완연하다. 춘천에도 봄빛이 무르익고 있다. 봄이 당도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봄비가 한두 차례 더 내리고 나면, 곧 이어서 세상이 온통 푸른색으로 뒤덮일 게 분명하다. 춘천의 호숫가는 물론이고, '공지천'처럼 춘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천변에도 푸른빛이 점점 더 짙어지는 걸 볼 수 있다.
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늘 뿌옇기만 하던 하늘이 오래간만에 밝은 빛을 띠고 있다. 한동안 기세 좋게 휘몰아치던 꽃샘추위도 지금은 그 기운이 한풀 꺾인 듯하다. 이런 날 춘곤증에 시달리며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봄맞이 여행으로, 춘천의 '진산'으로 불리고 있는 산들인 '우두산'과 '봉의산'에 올랐다. 어느 산이 '진산'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우두산은 이 지역에 존재했던 고대부족국가인 '맥국'의 도읍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산이다. 지금은 소양강 변의 작고 낮은 산으로 남아 옛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춘천에 살면서 춘천이 연면히 이어온 역사를 오래도록 탐색해온 사람들에겐 그 어느 산보다도 중요한 산 중에 하나다. 지금도 맥국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종종 이 산을 찾곤 한다. 역사 속 고대부족국가는 이미 오랜 전에 사라졌지만, '빛나던 과거'는 좀처럼 잊히지 않고 있다.
봉의산은 춘천 시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치 세상의 중심처럼 군림하는 산이다. 춘천 시내 동서남북 어디에서든 고개를 조금만 올려다봐도 금방 눈에 들어오는 산이 이 산이다. 산은 결코 높지 않다. 그렇지만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까닭에, 때로 춘천시 외곽에 포진해 있는 산들보다 더 높아 보일 때도 있다.
한 도시의 중심이라고 해서, 봉의산이 마냥 왕 노릇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봉의산처럼 친숙해지기 쉬운 산도 없기 때문이다. 점심나절, 산책 삼아 잠깐 걸어 올랐다가 다시 내려올 수 있는 산이 또 봉의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