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
유성호
"경찰 진압장비가 뭐 있습니까? 방패하고 진압봉밖에 없잖습니까. 제 상식과 지식으로는 최루액이 인체에 그 정도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동의할수 없습니다. 이게 발암 물질이라고 하는데, 발암물질 인체 허용 기준의 이만분의 일입니다. 주변에 발암물질 가진 음식이 얼마나 많습니까? 불 탄 음식, 배추김치에도 발암물질이 있다 그러고 된장 고추장 간장에도 다 있다지 않습니까?"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기경찰청장의 위치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진두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1년 여 뒤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안전하게 확보함으로써 십만명의 일자리가 구해질 수 있다면 우리 경찰은 그 정도 희생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루액과 된장, 고추장, 간장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이런 듣도보도 못한 시선이야말로 자신의 '공감능력' 결여를 스스로 폭로하는 발언이라할 수 있다.
되새겨보면, 그에게 더더욱 치욕적일 수밖에 없는 실형을 언도케 한 '차명계좌' 발언도 이 공감능력, 특히 인간 감정에 대한 공감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실언이었을 것이다. 실언이 아니었다면, 인격장애를 스스로 자백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재판정에서 궁지에 몰리자 '찌라시' 핑계까지 대도록 만들었던 '차명계좌' 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 원짜리 수표가 타인으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표돼, 발견이 됐는데, 그거 가지고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13일 조현오 전 청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8월 확정판결을 받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발언이다. 조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들을 모아 놓고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채 1년도 안 되는 시점이었다. 공직자가, 그것도 수사기관의 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말'의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었다. 악의를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조현오 전청장의 '공감능력'을 의심하는 이유다.
이렇게 공감능력의 결여를 자랑하는 조 전 청장은 안타깝게도 수사의 기본이되어야할 '사실관계'도 제대로 따지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항소심 당시 사자를 명예훼손할 수 있었던 근거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의 발언을 지목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찌라시' 운운하며 책임을 면피코자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찌라시가 세간에 알려진 찌라시는 아니었던 듯 싶다. 2010년 발언 당시와 재판과정에서 조 전 청장의 발언을 '사실'인냥 보도했던 일부 '찌라시'들은 자성은커녕 조 전 청장의 구속 수감을 공명정대한 듯 보도하고 있으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확실하게 징역살이를 하게 된 지금, 조현오 전 청장은 찌라시가 품고 있을 '사실의 힘'을 여전히 믿고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시대, 김석기·국정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