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지방선거 무공천... 신당 창당 합의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소연
그러나 여기까지다. 통합은 지방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도 아니고,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막아설 수 있는 '만능의 보검'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양적인 확대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질적 혁신을 이루어 내느냐에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을 앞설 것이라는 막연한 계산만으로는 절대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1=2가, 아니라 '1'이 될 수도, '3'이나 '5'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 정치 셈법이다.
18대 대선 이후 불거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과 서민의 경제난 심화, 박근혜 정권의 각종 공약 후퇴 등 수많은 정치적 이슈에서 야당인 민주당과 정치인 안철수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무력함이었다. '지지율 갉아먹으며 제1야당의 생명을 유지한다'는 비아냥거림이나 '창조경제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안철수의 '새정치''라는 조롱에 가까운 농담은 민주당과 정치인 안철수가 보여준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악재를 번번이 업어치기로 맞받아 야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새누리당의 민첩성과 비교한다면, 민주당과 정치인 안철수의 무력함은 지지자들조차도 한숨짓게 만든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보훈청까지 나서서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무력화한 사건이다. 그러나 끓어오른 민심을 민주당은 받아 안지 못했다. 민주당은 '우리가 요구하는 건 국정원 개혁이지 대통령 하야나 대선 불복은 아니'라며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퇴로를 열어주고 광장의 분노와 선을 그었다. 또 매번 '종북프레임'에 갇혀 자기 결백을 증명하는 웃지 못 할 처지에 놓이곤 했다.
앞서 이슈가 된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이나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유출되어서는 안 될 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해서 대선에 이용한 것은 새누리당임에도 오히려 민주당이 자중지란에 빠져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때 불거진 숱한 의문들은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문제제기가 될 사안이었음에도,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을 내쳤다. 안철수 의원의 행보 또한 민주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을 고치거나 폐기하는 일에 나서지 않은 채 '법안의 진보'를 외칠 때는 '야당의 존재는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본분마저 잊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무능한 '민주당', 원칙 없는 양비론에 기댄 '새정치연합'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정치에서만 무능했던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대선 때 내걸었던 수많은 복지 공약이 폐기되거나 축소됐다. '경제 민주화'는 집권 1년도 되지 않아 '경제 성장'이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거의 매일 생계를 비관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그곳에서 야당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초연금 파기 논란과 관련, 18대 대선 당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지난 달 2월 20일 한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다"고 실토했을 때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대선 선거운동을 총괄했던 당사자가 기초연금 공약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통일문제는 또 어떤가? 개성 공단이 패쇄 위기를 맞았을 때나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몇 번이나 좌초되었을 때도 박근혜 정부의 안보론을 넘어서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통일정책만이라도 제대로 계승하고자 했다면 박근혜 정부의 군사력 우위의 안보론을 비판해야 했다. 그러나 '절대안보'가 하루아침에 '통일대박'으로 바뀌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 변화 과정에서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구경꾼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이 모든 것이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가기관을 비롯해 언론 등 모든 시스템이 정권과 여당에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의 투쟁이 힘겹다는 논리다. 일정 부분 이해는 되지만, 이는 무기력증에 빠진 야당의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푸념만 했지,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볼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게 야당의 맨얼굴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제대로 죽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