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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좀 더 넓혀보자. 2010년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이뤄진 파업 등 노조 활동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파악해 보았다(<표 2> 참고).
2010년 6건, 2012년 7건, 2013년 8건이 있었다. 2011년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691명을 상대로 총 21건의 소송에 걸려있는 청구액의 합계는 약 230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사건들은 대부분 정규직 전환 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며 2013년 희망버스 관련 손배소송(청구액 2억 원)도 있었다. 사건들은 모두 1심 또는 2심이 진행 중이다.
울산공장 외에도 아산공장과 전주공장에서도 손배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는 아산사내하청지회 333명(중복된 사람 포함)을 상대로 10건 총 16억 6000여만 원, 전주비정규직지회 130명을 상대로 2건 합계 약 25억 원의 손배청구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이 소송들도 2010년 공장점거에 따른 손해배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까지 더해보면 2010년 이후 현대차가 제기한 손배 청구액만 272억여 원에 이르는 셈이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과 사측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청구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손배사건수와 청구액이 증가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활동가들이 투입돼 사업장 돌며 투쟁하는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회사로서는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는 것이고, 그만큼 손배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소 당하는 인원이 많은 이유에 대해선 "불법파업에 가담했던 인원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누군 (소송을) 걸고 누군 안 걸면서 차등 주면 또 문제 된다"고 덧붙였다.
"90억", "20억"...수십 억대 배상 판결 나오는 까닭지난해부터 울산지법은 비정규노조와 조합원 등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20억 원, 12월 90억 원 배상판결이다. 거액의 손해배상이 속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주된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합법적인 파업의 요건이 너무 엄격하고, 둘째 손해배상 산정방식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단일사건으로 최고 배상액을 기록한 90억 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 사건은 노조가 25일 336시간동안 1공장 자동차 문짝 탈부착 생산라인(CTS)을 점거한 데 따른 손해를 따지는 소송이다. 법원은 가담 정도에 따라 17명에게는 90억 원, 5명에게는 6억~43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선 파업이 정당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조합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단체교섭을 거부한 회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파업을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울산지법 5민사부 재판장 김원수 부장판사)는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현행 판례상 합법파업이 되기 위해선 ▲단체교섭의 주체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 정당한 목적으로 ▲법에 따른 시기와 절차에 따라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정당한 방법을 따라야 한다. 이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의 근로자로서 현대차에 2년 이상 파견근무했다면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돼 현대차에 대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면서도 "조합원들이 위력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가동을 중단시켰고, 이는 현대차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폭력의 행사로 나아간 것으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들과 노조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손해액 산정은 어떻게 했을까. 재판부는 1993년 대법원 판례(93다24735)에 따라 불법휴무에 따른 손해액을 계산했다. 현대차가 ▲조업중단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판매로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와 ▲고정비 손해를 보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중 고정비란 조업중단의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을 말한다. 판례에 따르면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그후 판매되어 당해 업체가 이로 인한 매출이익을 얻고 또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