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달 15일 오전에서 최고위원회의 때 모습
남소연
문제는 이런 민주당의 전략은 1997년의 김대중 후보의 선거전략과 달리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왜인가? 보수층의 반감을 제거하면서 정권 비판 세력의 표도 얻을 수 있는 정치지형을 민주당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제외하면, 모든 제도권 야당이 민주당과 동일한 중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의 전략은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의도하고 있는 방향과 거의 같다.
새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신당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이 넘치지만, 실상 안철수 신당의 전략적 방향은 정확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사이를 겨냥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전략이 '종북 국민'과 '착한 국민'을 나누고, 두 국민 사이의 적대를 극대화하는 '두 국민 전략'에 입각해 있다면, 안철수 신당세력과 민주당은 두 국민의 적대적 구분을 무화하려는 '한 국민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두 국민 전략의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급진세력과 선을 긋고, 분노한 대중의 대통령 사퇴 요구에 거리를 둔다 할지라도, 새누리당 전략의 상대편은 민주당으로 낙점되어 있다. 새누리당의 전략에서 볼 때, 이런 민주당의 행동은 모두 '내부 분란'일 뿐이다.
안철수 신당은 새누리당이 만든 이런 양극화된 정치지형의 한 가운데 개입해, 양쪽의 통합을 이를 수 있는 세력으로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주창하고 있는 새정치의 핵심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것이다. 안철수 신당세력이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쪽 인사들에 대한 영입을 시도하며, 기계적인 중립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이런 전략적 방향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세력은 이런 전략을 추진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민주당은 아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중도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어부지리로 얻을 수 있는, 측면효과를 제공할 왼편이 사라졌다. 진보정당의 분열과 주변화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당이 아무리 '중도화 전략'을 추구하더라도, 결코 '중도'에 서지 못한다. 중도화라는 개념 자체가 세력 관계의 상대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왼편이 주변화되면, 민주당은 스스로의 우클릭에도 불구하고 전체 지형의 왼편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우클릭이 가져올 결과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정치지형 전반의 우경화뿐이다. 결국 웃는 것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다.
그 결과가 바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판결이다. 사법부가 정치놀음에 끼어든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이토록 뻔뻔하게 무죄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정치지형 전반의 우경화로 인한 것이다. 민주당이 무력하기 때문이다. 특검만이 답이라며 거친 논평을 쏟아내지만, 그것이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야성을 찾아라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안철수 신당과 중도화 경쟁만 하고 있을 것인가? 특검만이 답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울 것인가? 민주당이 다시 좌클릭하면 안철수 세력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줄 수 있다는 정치공학만 계산하고 있을 것인가?
특검만이 답이라면, 결과적으로 특검을 가능케 할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왼편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까지 이 희생적 역할을 수행해온 것은 진보정치였다. 그러나 일련의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진보정치는 파편화, 주변화 되었다. 노동계의 저항 역시 철도노조 파업 철회 이후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할 텐가? 누구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먼저 하라. 지금 민주당이 가진 의석수와 18대 대선에서의 48% 지지는 민주당 혼자 힘만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다. 여기에 보답하라. 야성을 되찾으라. 직접 나서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조력이라도 하라. 더 이상 거리두기로 무력함만 뽐내지 말라.
지금 정권과 사법부, 공안기관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자신에 대한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나오는 자신감의 발로다. 무엇으로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을 만들 것인가? 해답을 찾으라. 최소한 그것이 끊임없는 우클릭과 중도화 전략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많은 것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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