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80분간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놓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먼저 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질문지가 나돌면서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된 '쇼'였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질문에 나선 12개 언론사의 성향이 보수 일색이어서 청와대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언론사들만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죠. 일리 있는 비판도 있고 일부 오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우선 국내 언론 질문자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요. 청와대 기자단은 종합일간지, 경제지, 지역지,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인터넷, 종합편성채널 등 매체별 기자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질문 던진 12명의 기자, 어떻게 선정됐나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매체별 기자단을 대표하는 간사단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 결과 질문권은 종합일간지·지역지·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에 각각 2개씩, 경제지·인터넷·종편에 각각 1개씩이 배정됐습니다. 여기에 청와대 기자단 간사인 연합뉴스에 1개, 외신에 2개의 질문권이 돌아가면서 총 12명의 기자들이 질문에 나서게 됐습니다. 또 질문 내용이 겹치지 않게할 목적으로 각각 어떤 주제의 질문을 할 것인도 사전에 조율이 됐습니다.
물론 질문자 선정은 기자단 자율에 따랐습니다. 종합일간지의 경우는 추첨을 통해 <동아일보>와 <세계일보>가 질문 기회를 얻었고 나머지 매체들도 관례를 따라 간사가 질문에 나서거나 추첨 등의 방식으로 질문자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없었는지 진보 성향의 매체들은 모두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라서 질문권을 확보하려는 기자들의 경쟁도 치열한데요. 또 언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을지 모르는 박근혜 정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특정 매체를 배제하려 했다면 강력한 항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공개적인 비판 대상이 됐을 겁니다. 적어도 청와대가 정권에 유리한 언론사만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셈입니다.
물론 현장에서 이정현 홍보수석이 사전에 정하지 않은 것처럼 질문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되다 보니 정권과 껄끄러운 매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처럼 보인 측면은 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저도 몇몇 지인들로부터 <오마이뉴스>는 왜 질문을 안했느냐, <오마이뉴스>가 나서서 '돌직구' 질문을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 때마다 사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짜고 친 고스톱? 사전 질문 조율은 과연 필요했나
그런가하면 청와대 기자단이 사전에 질문지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하고 박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모범답안'을 참고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 형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기자단이 청와대에 질문을 사전에 전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관행이었습니다. 가장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던 참여정부에서도 기본적인 질문들은 사전에 조율된 적이 많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후 대부분의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협의된 질문만 받는 형식을 고수했습니다. 그나마 2011년 4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관련 기자회견에서는 사전 질문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해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죠.
이런 관행에 대해 일부에서는 생중계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이라 대통령으로부터 깊이 있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궁금한 내용에 대해 사전에 충실한 답변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며 옹호하기도 합니다. 생중계로 진행되지 않는 정치인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사전에 질문지를 작성해 답변을 준비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생방송 기자회견이나 토론에서 유독 실수를 많이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여왔는데요. 지난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잘못 발언하는 등 실수를 연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 같은 트라우마 때문에 생중계 기자회견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사전 질문 조율 없는 기자회견을 기자단이 요구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고 민감한 질문에도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미국 대통령들의 모습이나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가장 많이 권위를 털어냈다는 평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박 대통령에 기대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형식보다는 내용... 실망스러웠던 답변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