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 고답마을에서 경찰과 주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정대희
날이 어두워지고 오후 6시 무렵. 어르신들은 도로와 인근 논에 불을 피웠습니다. 한 무리의 여경들이 할머니들 옆으로 지나가면서 또다시 작은 소란이 일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우리도 잡아 놓았으니 니들도 갇혀 봐라"하면서 붙잡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젊은 여경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오후 7시. 컨테이너를 내리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대형차량 밑으로 6명의 주민이 파고듭니다. 차량을 붙잡고 나오지 않겠다고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갔던 주민들이 다시 합류합니다. 그리고는 "경찰이 80세 넘은 할머니가 자해했다고 하더라"는 얘기에 삽시간에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집니다. 그러면서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똑같이 경찰을 잡다가 손등에 깊은 상처가 났는데 80 넘어서 자해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노를 토해 놓습니다.
오후 8시 10분. 마을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서 또다시 소란이 났습니다. 115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 한전(한국전력공사) 왔다고 하면서 주민들이 또다시 몰려갔습니다. 기자도 숨을 헐떡이며 산 중턱까지 달려가 보았지만, 상황은 끝나고 목격담만 들어야 했습니다. 두 명이 랜턴을 들고 왔다가 할머니들과 마주치자 도망갔다고 합니다.
오후 8시 50분. 또다시 상류에서 내려오던 밀양경찰서 서장 차를 주민들이 막으면서 소란이 일었습니다. 차량 밖으로 나온 정보과장은 주민들에게 차량이 지나도록 통행을 요구했지만, 어르신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걸어서 이동하는 서장과 정보과장 뒤로 어르신들의 욕설이 쏟아집니다. "개XX야 니가 그러고도 여기가 고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냐", "우리를 다 죽이고 가라..."는 욕설이 밤하늘을 가릅니다.
경찰들과 부딪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하지만 9명의 응급환자만 병원을 찾았을 뿐 나머지 분들은 대책위에서 가져온 구급약을 바르고 붙이면서 치료를 미루고 있습니다. 밟히고 밀고 당기다가 넘어지고, 머리가 깨진 분까지... 기자가 확인한 부상자만 10여 명이 넘었습니다.
기자가 현장을 빠져나온 오후 11시. 대규모 경찰은 뒤로 물러나고 30여 명의 경찰들만이 컨테이너를 싣고 온 차량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차량 밑에는 아직도 6명의 주민이 들어가 있는 상태이고 도로와 논에 지펴놓은 모닥불 주변으로 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영하로 떨어진 추위에 어르신들이 살아남는다면 다시 날이 밝아 오면서 소란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7일 오전 7시, 주민들과 경찰은 또다시 충돌했습니다.
한편, 밀양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해서 "어제 오후 5시 반에 대질을 하기로 했는데 여러 상황이 벌어지면서 못했다"면서 "경찰들은 (부상 당한) 할머니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주민들 사이에서 경찰이 '할머니가 자해를 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떠도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대책위에서 공식적으로 수사 요구가 없어서 비공식적으로 내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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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찢긴 할매 손등...경찰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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