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주민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모습
정대희
곳곳에서 할매와 할배들의 아우성이 울려 퍼집니다. 악다구니를 써보지만 건장한 경찰관들의 힘을 뿌리 칠 수는 없습니다. 경찰버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여경들까지 동원됩니다. 경찰병력이 할매·할배들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경찰의 수적 우세는 할매·할배들의 모습을 제대로 촬영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기를 쓰며, 분주하게 움직여 보이지만 버겁습니다.
경찰이 도로에서 할매와 할매들을 하나둘 빼내자 대형 트럭이 움직입니다. 도로 한 쪽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워낙에 차가 커서 그런지 도로에 앉은 할매들이 부딪힐 정도입니다.
도로 가운데에서는 여전히 서너 명의 할매들이 경찰에 둘러싸여 식사를 합니다. 트럭이 움직이자 바퀴가 할머니를 위협합니다. 부딪힐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럭은 계속 움직입니다. 사고 직전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자 경찰들이 할매들의 팔과 다리 등을 잡고 들어올려 도로 옆으로 옮깁니다. 할매들이 악을 씁니다.
트럭이 현장을 빠져 나가고 경찰버스도 잇따라 현장을 벗어나려고 하자 한 할매가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갑니다.
"내를 죽이고 갈라면 가라. 이게 무신 갱우(경우)고. 경찰은 한전 놈들 편이가. 내는 오늘 여기서 고마 팍 죽어 삘란다." 끌어내려는 경찰과 뿌리치는 할매가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움을 합니다.
할매와 할배들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고 울부짖으며 저항했지만, 진압 작전이 실시된 지 약 30분 만에 상황은 정리됩니다. 힘의 한계입니다. 그때 "밑에서도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이 보입니다. 앞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현장을 벗어난 차량입니다. 또다시 상황이 발생합니다. 또 다른 할매와 할배들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저항합니다. 경찰의 진압에 맞서 손과 발을 휘두르며 몸부림을 칩니다. 진압을 하던 여경이 말합니다. "채증, 채증, 채증해!" 할매들이 맞받아칩니다. "그래 고마 찍어 삐라, 찍어. 찍어서 내 고발해카이!" 채증을 외치는 경찰과 할매들의 아우성이 뒤섞여 시골마을에 울려 퍼집니다.
흐느끼는 할매 "뭐할라꼬 갱찰이 공사를 도와주는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