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삼문동의 밀양교(橋)에 마련된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분향소. 21일 할매들이 비닐로 덮인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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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주민, 24시간 분향소 지킴이... "자고 나면 코가 새빨개집니다"유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8일이 지난 지금까지 분향소는 할아버지가 살던 고정마을을 포함해 6개 마을 사람들이 순번을 정해 지키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매번 한 마을씩 나오는 게 아니라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순번이 돌아온다.
당초 유족을 비롯한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밀양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려고 했다. 하지만 밀양시청의 반대로 현재 위치인 밀양교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임시로 마련된 밀양교 분향소는 비닐 한 장으로 겨울바람을 막는다. 몇 개의 기둥과 곳곳에 덕지덕지 붙은 누런색 테이프가 분향소를 덮은 비닐을 지탱하고 있다. 주위엔 경찰 10여 명이 둘 혹은 셋씩 흩어져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허리를 한참 숙여 비닐을 들추고 들어가면 유 할아버지의 영정이 놓인 분향소와 함께 할매들이 이불 몇 채에 손발을 넣고 오순도순 모여 있다. 기자 같은 손님이 오면 연신 "이리와 앉아"라고 자리 한 켠을 내준다. 바닥엔 전기장판이 있어 그나마 나았지만 얼굴엔 한기가 느껴졌다.
분향소를 지키는 할매들은 이곳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춥지 않냐"고 기자가 물어도 할매들은 "괘안타 마, 요래 이불 덮으믄 된다"라고 답했다. 다시 박씨에게 살짝 찾아가 "잘 때 춥지 않냐"고 물었다.
"잘 때 억수로 춥습니더. 위에 다섯겹을 입고 잔다 아입니꺼. 바지도 두 벌, 세 벌 입고…. 그래도 얼굴은 못 가릴 거 아입니꺼. 코가 새빨개집니더."박씨는 자신이 껴입은 상의를 직접 내보이며 설명에 나섰다. 분향소는 연일 추위와 전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