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으로 퇴임하고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안영수 씨
김종술
"손자 같은 전경들이 밀치고 자빠트려 놓고 머리 위로 군홧발을 들었다 놨다 한다. 창피해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경찰) 저들은 법을 어기면서, 우리가 살짝 밀치기만 해도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서) 와라 가라 한다. 우리는 사람취급을 받는 게 아니고 짓밟히면서 개처럼 취급당한다." "경찰이 노인들을 시멘트 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는데 안녕은 무슨 안녕이냐. 행복하게 잘 살던 아랫마을(양지)이 보상금 때문에 찬성하면서 지금은 철천지원수가 되어 버렸다.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욕만 하고 살고 있다." "한전 사람들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보상금 가구당 516만 원을 지금 받지 않으면 앞으로 받지 못한다'고 소문을 내면서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 평당 30~40만 원 하던 땅값도 떨어졌는데, 누구 하나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 내 재산은 하락하고 송전탑이 들어서면 조망권, 건강문제 등 피해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해서 독립운동가 다 죽였는데, 그 놈들이 다시 나라를 장악하면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이다."안영수씨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 그는 "마을 이장도 반대한다고 해서 세워 놓았는데 언제 포섭이 되었는지 찬성한다고 떠들고 다녀서 주민들이 이장 취급도 안 하고 산다"며 "옛날에는 보름에 행사도 같이하고 즐겁게 지내던 아랫마을이 피해가 덜하다고 합의금 몇 푼에 눈이 멀어버렸다, 한전도 (주민) 몇 놈 합의했다고 이 지역이 다 합의한 것처럼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사과농사와 콩 농사를 하고 있다는 안씨는 송전탑 반대하느라 어제(15일)야 사과를 다 따서 밭에다가 두고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안씨의 집으로 따라갔다. 넓은 마당에는 사과 상자(10kg 2천 상자)와 콩(1.5톤) 자루가 쌓여 있었다. 마당 한쪽에는 죽은 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김장을 위해 소금에 절여 놓은 배추도 그대로 눈에 띈다.
안씨는 "사과, 콩 등 농산물 직거래로 팔고 있는데 주문이 오면 제때 보내야 하는데 철탑 공사 막으러 다니느라 사과도 못 팔고 메주콩도 하나도 못 팔고 그대로 있다"며 "벌통도 관리를 못 해서 다 죽고, 나락도 아직 탈곡도 못 하고 그대로 쌓여 있다, 배추도 언제 절였는지 모를 정도로 부부가 (송전탑 반대) 이 일에만 매달리면서 집안 꼴이 엉망이다"라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안씨는 "밀양 외에 다른 분들이 이곳 실상을 정확히 모르고 우리가 나쁜 놈처럼 치부해 버린다"며 "송전탑에 대해 정확히 알고 우리를 욕해도 욕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송전탑 문제로 제2~3의 밀양 사태를 만들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지 한전은 입만 열면 거짓말뿐이라 그들은 믿지 못 한다"고 못을 박았다.
양지마을 주민들 "노인들이 불쌍하지만..."
▲안 씨 마당에는 미처 들이지 못한 사과가 쌓여 있다. 마당 한쪽에는 벌들도 죽어서 나뒹굴고 있다.
김종술
안씨 집에서 나와 송전탑 공사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안 마을과 평화롭게 살았다는 양지마을을 찾았다. 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에서 하는 일인데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막겠느냐"며 "괜스레 정부에 밉보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윗마을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얻은 게 뭐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는 일이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울 자식들이 도시에 있는데 혹시라도 반대하다가 자식들에게까지 피해가 간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라며 "우리도 마을 입구에 매일 같이 경찰이 와서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하다, 늙은 사람들이 참아야지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반대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돈도 없고 혼자 살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무슨 힘이 있다고 반대를 해요, 괜히 나섰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병원비는 또 어떻고, 개인적으로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좀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고 자리를 떴다.
송전탑 공사에 찬성하는 주민을 좀 더 많은 접촉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줄 것이다"며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 그리고 그들은 혹시 피해가 올지 모른다며 사진 찍는 것도 극구 거부했다.
밀양경찰서 "주민 인권과 안전에 최우선" |
밀양경찰서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대한 입장문을 보내왔다.
밀양경찰서는 이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경찰에서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자빠트려 놓고 군홧발로 위협하는 행위는 없었다"면서 "현장배치전에 고령의 주민들을 고려하여 인권과 안전에 최우선하여 근무토록 교양하고 있고, 현재 배치된 병력의 착용 신발은 군화형태가 아닌 일반 등산화 형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107-108번 공사현장 진입로에서 주민들이 한전의 공사인력 통행 및 경찰 급식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그간 마찰 과정에서 여경의 뺨을 손으로 할퀴어 상해를 입힌 주민 1명에 대해서만 밀양서에서 출석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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