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키다리 소나무들.
김종성
대곡마을 이장님에 따르면 300여 년 전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오랫동안 호열자(콜레라) 등 각종 질병과 재난이 잇따랐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이 생기고 난 100년 쯤 지난 뒤 풍수지리설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을 숲을 만들었단다. 그 뒤부터는 꼬리를 물던 재난이 사라지고 마을이 날로 번창해 '살만한 땅' 길지가 되었다고 한다.
숲을 이루는 소나무들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키가 크다는 특징 외에도 나무의 껍질이 붉은 빛을 띠고 있다. 그런 내 눈빛을 눈치라도 챘다는 듯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저렇게 불그스름해서 '홍솔(붉을 홍, 소나무 솔)'이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홍솔 잎은 억센 곰솔 잎과 달리 무척 부드러워서 즙을 내어 건강식 또는 약으로 복용한다고 한다. 대개의 나무가 그렇듯 대곡리 소나무들도 사람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다. 그냥 보기엔 한가지로 보였던 소나무. 강송, 황장목, 곰솔에 이어 또 다른 소나무를 배운다.
풍수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숲, 비보림답게 마을의 복이 빠져나간다는 개천 양옆으로 나무들이 도열해 있어 흥미롭다. 갈수기라 개천 상류에 있는 저수지에서 담수를 해 시냇물은 흐르지 않고 말랐다. 마을 어르신은 사실 이 숲이 두번째 숲이라고 귀띔해 주신다.
처음 숲을 조성한 후 얼마 안 있어 나무들을 베어내게 되었는데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자꾸만 생겨 다시 나무를 심었고 이런 숲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소수지만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활엽수 나무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활엽수 나무들이 깔아놓은 낙엽과 융단 같은 풀들 덕분에 땅이 푹신푹신해 걷기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