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인터뷰 요청방과 후 학생들은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궁서체로'
김종훈
학교는 오후 4시 30분에 모든 정규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종이 치자마자 여학생 4명이 교무실에 찾아왔다. 김은형 교사와 인터뷰 하고 싶다는 부탁 때문이었다. 흥미로웠다.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김 교사의 책 <서른 일곱 명의 애인>을 읽고 저자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이들은 학교 독서모임 학생들이었다.
네 학생은 미리 준비한 질문을 쉴새 없이 던졌다. '선생님의 첫 수업', '사제지간에 가장 중요한 점', '어떻게 이런 국어 수업을 생각하게 됐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백미는 다소 철학전인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인가란 물음. 질문 자체도 훌륭했지만, 김은형 교사의 답에 울림이 가득했다.
"선생님은 기다려주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우리 내면에 뭐가 있는지 어떤 능력이 숨어있는지 모르니까요. 속 안에 숨어있는 것을 끌어내야죠. 시도 써보고, 자서전도 작성하고, 소설도 써보는 것.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일단 나를 알고 그것을 키워나가야지. 남이 하란 걸 하는 건 자기를 아는 게 아니잖아요."그랬다. 인헌고등학교 국어수업은 한 마디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고 밝았던 것이다. 이 과정은 타인의 강요가 필요 없었다. 오직 자신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했다. 김은형 교사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돕는 사람이었다.
학생들은 끝으로 김은형 교사에게 추천 도서를 부탁했다. 생경했다. 기자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문학책보다는 문제집 한 권을 푸는 게 우선이었다. 아무도 책을 먼저 읽으라는 말이 없었다. 윤동주를 말하면, '서시, 저항시인'이 자동으로 나와야 했다. 그런데 김은형 교사는 그가 '왜 그런 삶을 살았는지, 그의 작품에 왜 저항이 묻어나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학생들에게 추천한 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 저자와 제목, 어렴풋한 주제만 남은 최인훈의 <광장>이었다. 기자 역시 조심스레 그의 이름 석자를 수첩에 적었다. '즐거운 공부'를 이어가는 인헌고 학생들과 김은형 교사가 부럽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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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이런 거... 대박, 완전 특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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