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연구모임 시민정치포럼이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 행사
참여연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국회를 방문한 국민에게 국회가 정문에서부터 건네는 첫 인사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접촉면을 넓히고 다양한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자신의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에 출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의견을 전달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민생, 노동, 복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오늘날 우리 국회는 국민들과 괴리된 채 외딴 섬으로 존재한다.
국회가 국민들과 얼마나 동떨어져 존재하는지는 물리적인 부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11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연구모임 시민정치포럼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을 구성하여 국회 의원회관 앞 잔디마당에서 시민들과 의원이 함께 만나 정치와 국회에 대한 토론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는 '국회 의사당 앞 잔디마당은 대통령 의전행사나 국회 사무총장이 주관하는 행사 외에는 공식적인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공간 사용을 가로막았다. 너른 잔디마당을 이용할 근거나 절차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관행적으로 대통령 의전행사와 같은 국가 주요 행사에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당일 행사는 시민정치포럼이 국회 사무처의 협조를 얻어 진행되긴 했지만 국회가 이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국회국회 내부규정인 국회 청사 관리 규정은 청사 방문자의 규모가 과다하거나 청사의 관리 및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을 근거로 국민들의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포괄적이고 행정편의적인 해당 규정은 보안과 안전을 위한 것이기 이전에 국민들의 국회 접근을 가로막고 입법과정의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권위의 상징'인 우리 국회와 달리 외국 의회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 또는 관광자원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의 의회는 담장이 없고, 의사당 앞 집회도 가능하다. 미국 의회의 경우 의사당 앞 잔디밭을 이용하고자 하는 단체는 사전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의 레더먼(Lederman)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 미국 시민이 당시 시위금지 구역이었던 국회의사당 건물 근처 상원 계단 밑 보도에서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자, 해당지역을 시위금지구역으로 규정한 국회경찰위원회 규정의 유효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의 판례(2002)에서 연방항소법원은 '민주사회에서 입법부의 근본적 기능은 시민의 의견에 접근하는 것이므로 상·하원 회의장과 의원실을 제외하고 국회의사당구역 전체는 공공에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조용하고 고요한 국회를 지향하는 우리 국회와 판이하게 다르다.
국회가 국민의 접근을 얼마나 제도화하고 있는지는 그 사회가 '입법부의 기능'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지난 9월 국회의사당 경계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집시법 11조는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