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많은 히든챔피언이 가족기업이다. 푹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쉽게 경영권을 넘기지는 않는다. 게오르그 린지 이사는 "슈테판 푹스 현 회장이 가문의 후계자라더라도 능력을 검증받지 않았다면 이사진의 일원으로 뽑힐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김종철
그의 말처럼 푹스는 오너 가문이 3대째 경영을 맡고 있는 가족소유기업이다. 상장기업이지만 푹스 가문이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의 51%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 루돌프 푹스가 31년간, 아들인 만프레드 푹스 2대 회장이 41년간 회사를 이끌었고, 현 회장인 슈테판 푹스가 지난 2004년부터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게오르그 린지 이사의 답변대로라면, 한국 역시 히든챔피언의 나라가 돼야 한다. 국내 대다수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족소유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들만 아니라 삼성·현대·LG 등 재벌들도 사실상 가족소유기업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나 헤르만 지몬이 2012년 정리한 한국의 히든챔피언 수는 23개에 불과하다.
독일과 비교하면 가족소유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곱지 않은 편이다. 오너 경영자의 독단, 상속권 분쟁 등 부정적 이미지가 견고하다. 특히 무능력한 후계자가 '핏줄'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승계해 회사의 문을 닫게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30대 재벌그룹 중 16개가 부도를 맞았다. 이 그룹들의 경영자 중 상당수는 재벌 2세였다. 이 때문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체제로 보기도 한다.
게오르그 린지 이사 역시 '검증되지 않은 경영권 승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슈테판 푹스 현 회장이 가문의 후계자라더라도 능력을 검증받지 않았다면 이사진의 일원으로 뽑힐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슈테판 푹스 회장은 푹스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3년, 푹스의 북·남미 지사에서 7년 등 총 10년의 능력 검증 기간을 거쳤다. 상당수 국내 재벌 3~4세들이 경영수업 기간 중 수년씩 해외 유학을 다녀오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 경영능력을 증명했던 셈이다.
후계자를 최종 선임하는 권한도 최고경영권자에게 있지 않다. 독일 기업은 법에 따라,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별도로 감사회를 구성하게 돼 있다. 이 감사회가 이사회를 결정하고 후임 최고경영권자도 선임한다. 특히 이 감사회는 노동조합 측 인사도 참여하게 돼 있다.
푹스의 경우, 사측 인사 4명과 노조 측 인사 2명으로 감사회가 구성돼 있다. 푹스 가문은 이사회와 감사회 모두 1명씩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해놨다. 즉, 오너 가문의 전횡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견제구조가 공고히 마련돼 있는 셈이다.
최고경영자가 죽은 뒤에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한국과도 다르다. 만프레드 푹스 전 회장은 65살 때 현 슈테판 푹스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현재 감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게오르그 린지 이사는 "전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왜 그렇게 일찍 물러났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독일의 연금수령나이(65~67세)에 맞춰서"라고 말했다. 그는 총수가 죽을 때까지 경영권을 놓지 않는 한국 재벌의 경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현 최고경영자의 건강악화로 급하게 후계자를 결정할 때는 그 자식들의 능력이 안 되거나 그들 스스로 해당 사업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가족소유기업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회사를 매각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는 결론적으로 그 회사가 경영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회사가 오너보다 중요"... 사내교육기관 두고 직원에게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