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버카스텔은 전세계 15개 공장에서 7000여명이 일하고있다. 이어 독일에서만 900명 이상을 고용하면서 고가의 핵심제품을 만들고 있다. 마이스터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직접 눈으로 연필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는 여성 직원. 그 역시 품질검사에선 전문가다.
김종철
로타르 폰 파버가 시작한 노동자 중심의 전통은 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다. 1911년 파버카스텔은 창사 150주년을 맞이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부자나 귀족의 전유물이던 시절, 파버카스텔은 이 사진을 모든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파버카스텔은 직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랄프 히엔씨는 "과거에도 큰 경제위기 때는 어쩔 수 없이 해고가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해고나 본인이 자진해 퇴직하는 경우가 1% 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파버카스텔은 전 세계 직원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른 독일의 중소기업보다 10% 정도 높은 임금인데 이는 경영진과 회사의 노동자평의회와 협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성과급도 따로 나간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전통 덕에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근속년수가 30~40년에 달하는가 하면, 50년 동안 근속한 이도 있다. 랄프 히엔씨는 "다른 독일기업과 마찬가지로 65~67세 사이에 정년퇴직하게 되는데 퇴직 이후에도 이들과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매년 퇴직자 중 한 분을 초청해 '홈커밍데이' 같은 파티를 연다"고 말했다.
입사 5개월 차의 신입사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매니저로 채용돼 현재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조엘 프로만씨의 이야기다. 그는 <오마이뉴스>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입사한 지 5개월 됐는데 (지금까지도) 선임자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곧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6개국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이처럼 업무 인수인계에 투자하는 곳은 독일에서도 흔치 않다. 파버카스텔은 인재영입과 검증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 같다. 한 인간의 다양한 면을 본다고 할까? 나같은 경우, CEO와 오전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검증 받았다. 회사의 철학에 맞는 인재인지를 살펴본 것이다."250년 넘게 이어져온 경영철학... "나는 건강한 돈을 원한다"파버카스텔의 '사람 중심 경영'은 사회적 책임 경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파버카스텔은 1980년대 중반 브라질에 100㎢ 넓이의 소나무 숲을 조성했다. 연간 20억 자루의 연필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자원 확보 목적은 아니다. 한 그루의 소나무 묘목을 목재로 쓰기 위해서는 15~20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스스로 조성한 숲의 30%에 달하는 산림은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슈타인성과 공장을 안내한 지그프리드 블로쉐씨는 "브라질에 조성한 숲에는 멸종위기종 다수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파버카스텔 숲은 총 55종의 포유류, 232종의 조류, 55종의 파충류 및 양서류의 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또 과학자와 환경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산림인증(FSC)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착한 경영'에 대해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파버카스텔은 2000년 3월 독일 금속노조와 함께 사회 협약을 맺었다. 파버카스텔의 전 세계 15개 지사를 포함해 국제 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고용과 노동조건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것이 이 협약의 골자다. 아동 노동 금지, 위생적이고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 국적·성별·종교·인종을 불문하는 평등한 기회와 대우 등의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각국마다 다른 노동조건을 당연시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스스로 이익을 줄일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파버카스텔은 2003년 7월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이하 UNGC)'에도 가입했다. 2000년 발족한 UNGC는 세계의 지속균형발전을 위해 기업활동에 있어 친인권·친환경·노동 차별반대·반(反)부패 등 10대 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