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방부 앞에서 제4회 평화군축박람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평화군축박람회준비위원회
아태지역 최대 규모의 종합 무기전시회가 열린다. 민·군·관이 합동으로 주관하며 국내외 32개국 330개 업체가 참가해 각종 무기를 선보이는 이 전시회는 벌써 9번째가 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3'(서울 ADEX 2013)이다.
이미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청주국제공항에서는 3일간 블랙이글 곡예비행과 고공 낙하 등 에어쇼를 펼치며 전투기와 항공기 전시회를 마쳤고,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규모 무기 전시 및 무기 비즈니스의 화려한 장이 일산 킨텍스에서 예정돼 있다.
여기에서는 육해공 첨단 무기들이 전시되고 민군관 합동 세미나가 열리며 무기거래 계약이 이루어진다.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라고 하지만 그 실제는 각국의 국방장관과 참모총장들이 모여 군사외교를 하는 장이자 업체들의 무기 비즈니스를 공개적으로 펼치게 하는 장이다.
환영만찬은 군 관계자와 무기산업 기업가들의 만남의 장이며, 국제항공우주 심포지엄과 세미나들은 각국의 군참모총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와 국방과 군수산업에 대해 무기를 중심으로 비전을 설계하고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교류의 장이다.
4일간의 비즈니스 데이(10/29~11/1) 동안에는 90개국의 국방장관과 참모총장들을 비롯해 방위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활발한 무기거래의 시장이 열린다. 여기는 자주포, 장갑차, 훈련기, 헬기 등 한국산 무기의 해외 마케팅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 ADEX'는 대국민 무기 홍보의 장이자 군사 교육의 장이다. 육해군 첨단 무기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았다. 한국은 각군의 홍보 부스 설치해 국산 무기체계의 작전성능을 홍보하고, 국산 무기체계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도록 전시한다. 전시회는 이를 축제의 장으로 꾸민다. 퍼블릭 데이(11/2~3) 동안에는 육군과 공군의 군악 연주회, 군가 퍼포먼스, 의장, 특공무술 시범, 탑승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축제로 만든다.
무기전시회 공동운영본부는 이렇게 말한다. "보다 많은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해외 업체를 적극 유치"하고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관련 주요 정책 결정자를 VIP로 초청"하여 이번 전시회를 "최적의 비즈니스 장"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말해, '서울 ADEX'는 각국, 각군 서로 간의 무기거래의 장이자 군사적 외교를 통한 단합대회이며, 첨단 무기를 선보이면서 무기산업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주입시키고 화려한 군사적 볼거리를 제공해 무기와 친숙하게 하는 교육장이다. 이를 통해 방위산업 육성과 군비증강을 당연시 여기는 풍조를 강화시킨다. '서울 ADEX'는 그런 공간이다.
무기전시회는 무기산업과 군비증강의 대규모 응원전
과연 '서울 ADEX' 무기전시회에서 무엇을 사고 팔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무기들의 형해화된 전시와 화려한 쇼로 포장된 방위산업 전시회는 살상무기 거래라는 이면의 모습을 교묘히 감춘다. 이러한 무기들의 살상력, 파괴력, 공격력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비롯해 비인도적 무기들로 인한 문제, 무기 수출로 인한 분쟁지역에의 악영향, 군비경쟁의 악순환 등은 고의로 무시된다. 헌법과 국제법을 버젓이 위반하며 한국산 무기들은 분쟁지역에 수출·공급되고 심각한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외면한다.
무기전시회는 한국의 적정 국방비, 적정 군사력에 대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과정의 필요성을 고사시키는, 무기산업과 군비증강의 대규모 응원전이기도 하다. 역대 한국 정부는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 수출주력사업으로 육성해왔으며, 박근혜 정부 역시 무기산업을 육성하고 무기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방위산업의 신경제성장 동력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12위의 국방비 지출 국가이며 20년간 누계 군사비는 북한 대비 9.2배에 이르지만, 매년 국방비를 인상해왔다. 2013년의 국방비는 34조3453억 원이다. 한국은 세계 2~4위의 무기 수입 국가이자 15~17위의 무기 수출 국가이며, 끊임없이 대형 무기 도입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대한민국은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국가로서 국제 평화를 추구하는 헌법을 가지고 있지만, 무기산업과 무기 수출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그리고 국가전략으로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 사회적 토론과 합의는 없었으며 검토되지도 않았다.
한국은 국가전략에 따라 전차, 자주포, 다연장로켓, 헬기, 전투기,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미사일 등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국산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개발은 군으로서는 일정량 이상의 무기를 반드시 사야 하므로 예산을 많이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득권 유지 수단이 되었고, 독점 기업들은 거액의 국가 예산을 받으므로 높은 이윤을 보장받아 왔다.
'무기로 평화를 살 수 없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