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붕괴위험을 보도한 기사가 나간지 하루 만에 여수시가 50억 원을 들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심명남
서론이 너무 길었다. 먼저 최근 여수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다룬 기사가 생각난다.
지난 10일
붕괴 직전 장애인 복지관, 또다시 진단한다고?라는 기사를 썼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사가 나간 지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여수시가 발 빠르게 보도자료를 냈다. 50억 원을 들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전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획기적인 변화였다.
여수에는 많은 장애인이 거주한다. 약 1만8000명인데, 전남에서 가장 큰 규모다. 여수시는 그동안 기존의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리모델링해 위탁 운영해 왔다. 여수시는 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타이밍이 잘 맞은 점도 있지만, 전임 시장 때부터 미적거리던 장애인복지관 문제 해결에 기사로 힘을 보탰기에 뿌듯하다.
해당 보도가 나간 후 인터뷰에 응한 장애인복지관 담당자는 가슴앓이를 했다. 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는 "기사를 내려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보낸 카카오톡 문자 내용은 이렇다.
"기자님, 저는 잠 못 이루고 기다립니다. 저의 설명이 부족한 탓인데, 시 담당자 탓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냥 저만 마음고생 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 장애인들을 위한 거라면요. 제가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하지만 그의 부탁대로 할 수는 없었다. 제보자와 다른 취재원에 대한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문자를 보낸 직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장애인들의 권리 확장에 도움을 줬기에 보람이 크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여수박람회장 문제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관련 일도 잊히지 않는다. 박람회재단은 행사가 끝난 뒤, 박람회 성공적 개최에 일조한 청소부와 경비원들을 내쫓았다. 관련 내용을 제보 받고 취재를 나갔더니, 경비와 청소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이 쏟아졌다. 관련 내용을 보도해도, 박람회재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장되지 않았다.
난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람회장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박람회장 해변에 비치된 수십 개의 구명부환에 여수 사람들이 일명 '꿀쩍'이라 부르는 날카로운 패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구명부환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데 쓰인다. 날카로운 패류가 붙은 구명부환은 구조가 필요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박람회장 시설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하지만 박람회 관계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후 '보도 후' 성격의 두 번째 기사를 썼다. 당시 취재 때 담당자는 짜증과 반말 섞인 어투로 인터뷰하는 담대함(?)도 보였다. 두 번째 기사 이후에야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꿀쩍'만 제거한 형식적인 조치였다. 다시 세 번째 기사를 썼다. 그제서야 문제가 된 구명부환이 교체되는 등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졌다. (관련 기사 -
사람 잡는 구명부환, 결국 조치...상시 관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