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관문보다 역간 높은 지점에 세워져 있는 본래 아리랑 노래비의 내용
정만진
제2관문 위쪽에 세워져 있는 기존 노래비의 본문 부분이다. 문경새재 아리랑의 노랫말 전문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
문경 새재 물박달나무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물론 이 노래비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리랑의 근원지가 다른 곳 아닌 문경이라는 사실이다. 노랫말 속에 등장하는 '문경 새재'에 주목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래비 앞을 지나가는 나그네들은 노랫말을 읽고도 비를 세운 쪽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한다. 노랫말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나그네들을 설득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
이 노래비의 문제점을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노랫말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한글을 세로로 쓰는 것은 중국을 본뜬 발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1988년 5월 15일 '국민주 언론' 한겨레신문이 창간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신문들은 한자를 섞어 쓴 세로판 지면을 발행했다. 그 이후 다른 일간지들도 가로쓰기를 하기 시작했고, 1999년 조선일보도 마지막으로 가로쓰기를 했다. 그만큼 우리의 문화적 사대주의는 길고 긴 역사를 자랑(?)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2000년에 세워진 문경새재 제2관문 아리랑 노래비가 노랫말을 세로로 새겼으니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