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닮은 둘째효심으로 키우는 둘째
정가람
오늘도 세 살난 둘째 산들이와 옥신각신이다. 다섯 살 까꿍이도 아직 옷으로 고집을 부린 적이 없는데 둘째는 돌 때부터 제 마음에 드는 것만 고집한다. 호불호가 극명하고 고집 세고 예민한 아이인지라 처음 만난 사람도 산들이와 한두 시간만 같이 있으면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그래도 셋 중 제일 애교가 많고 제가 원하는 대로만 되면 늘 웃는 우리집 둘째. 예민한 만큼 섬세해 타고난 안목으로 둘째가 고르는 건 뭐든지 맛있고 좋다. 게다가 셋 중에 외모와 몸매, 영리함까지도 가장 좋은 듯하다.
이렇게 셋 중에 가장 키우기 힘든 둘째, 누구를 닮아 그런가 생각해보니 영락없는 돌아가신 친정 아빠다. 외모, 몸매, 성격, 취향, 식성, 심지어 걷는 모양까지 판박이다. 둘째 때문에 힘들어하면 남편은 못다 한 효도한다 생각하라지만 내겐 친정 아빠를 닮아 더 힘이 든다. 친정에 갈 때마다 아이와 씨름하는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시는 친정 엄마께서 아빠를 보낸 후 밀려오고 쓸려간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산들이를 보니까 이제야 알겠어. 아빠가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 인생을 얼마나 잘 살았는지. 넌 산들이 때문에 힘들겠지만 난 산들이한테 많은 걸 배워. 산들이처럼 살아야 되는 거였어, 자기 뜻대로. 산들이를 보면서 이제야 아빠를 이해하게 되어서 산들이에게 참 고마워. 산들이가 너한테 키우기 까다로운 애인 것처럼 아빠도 내겐 참 벅찬 배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