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6일자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한 여성과 10여 년간 혼외관계를 유지하며 아들까지 낳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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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6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단독으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아들을 숨겼다', '혼외아들 학교 기록에 아버지 채동욱'이라고 대서특필 한 데 이어 후속기사와 사설을 연일 내보내고 있지만 지면 어디에서도 객관적인 근거와 취재원(소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전후맥락을 보면 '흠집내기' 또는 "꼬투리잡기'식 보도형태를 말하는 '가차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너 딱 걸렸어'의 준말로, 언론사가 의도하는 쪽으로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교묘히 편집하거나 공인의 말실수나 해프닝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행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1960년대 미국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던 '가차저널리즘'은 '먹레이킹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취재원의 인격은 상관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를 갈퀴로 파헤치듯 보도하는 형태)과 함께 미국 언론들의 과도한 속보경쟁이 낳은 병폐 중 하나다. 그 병폐가 되살아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활개를 치는 형국이다.
<조선일보>의 '검찰 때리기' 또는 '검찰총장 흠집내기' 보도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분노가 고조되고 검찰수사가 무르익으면서 이미 시작됐다. 지난 6월 '국정원 정치개입 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지난해 대선에서 정치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작성한 댓글은 모두 1760개이며 이 중 선거개입에 관여한 글이 60여개에 불과하고 글의 내용도 대북문제에 집중돼 있다"고 보도하고, "국정원 수사를 맡았던 주임 검사가 운동권 출신"이라는 해묵은 색깔론에 군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어 8월 19일에는 검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수사결과 발표문을 문제 삼아 꼬투리를 잡기도 했다. 기사를 통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문에 나오는 세부 문구의 의도적 생략과 삽입을 주장하며 검찰이 경찰 분석관들의 동영상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오죽했으면 '언론보도 진상'이란 자료를 통해 보도내용을 반박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을 정도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일부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국정원발 뉴스 충실히 보도한 <조선일보><조선일보>의 '검찰 때리기' 또는 '검찰총장 흠집내기'는 '국정원 편들기'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간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거센 목소리와 각계 각층의 시국선언을 외면하다시피 하면서도 툭하면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폄훼한 보도행태에서 잘 읽힌다. 게다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 등 10명이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것을 계기로 <조선일보>는 국정원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기에 바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를 두고 '국정원 입만 좇는 <조중동>', '따옴표 저널리즘의 극치'라며 보수신문들의 국정원발 여론호도 경쟁을 호되게 비판했다. 이 가운데 <조선>은 '국정원 관계자'를 앞세워 "내란음모 혐의 등을 입증할 5건의 녹취록이 확보됐다"며 큼지막하게 지면을 할애하는 등 이 내용을 신속하고 비중있게 다뤘다.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다룰 때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급기야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설을 들고 나섰지만, 보도를 둘러싸고 의혹의 눈길을 거두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