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전의 천안함 함수천안함의 함수는 사고 다음날인 3월27일 오후 1시30여 분까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옹진군청
비록 재연방식이긴 했지만, 나는 그 재판과정을 보면서 왜 군 당국이 사전에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지 이해할 만했다. 아마도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대한민국 군대가 정말 저런 식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비에 들어가는 돈은 연간 30조원이 넘는다. 그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군대에서 눈에 빤히 보이는 함수 하나 제대로 건지지도 못하고 법정에서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는 모습이라니, 46명의 장병 목숨을 잃은 사고 책임자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천안함 프로젝트>에서 아주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함미 탐색과 인양에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틀)이 걸렸는가 하는 점도 천안함 사건에 무척 중요하다. 함미에는 숨진 46명의 장병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함미의 위치를 처음 확인한 것은 사고 이틀 뒤인 3월28일 오후였고 그나마도 그것을 발견한 주인공은 수색에 협조한 어선의 250만 원짜리 어군탐지기였다. 조그만 어선이 불과 세 시간 정도의 수색으로 찾을 수 있었던 군함의 반쪽을 대한민국 해군이 근 이틀 동안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다가 당시 천안함 함미의 위치파악은 전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이 대목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다.
사상검증의 리트머스로 악용된 천안함 사건 천안함 사건은 이 사건 자체의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그 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천안함 사건은 한국에서 사실상 사상검증의 리트머스로 악용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또는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 십중팔구는 "너 종북이지?" 하는 붉은 딱지가 발급된다.
천안함과 전혀 상관없는 토론을 하다가도 불쑥 "당신은 천안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합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리트머스는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토론을 무력화시키는 마력을 갖고 있다. '나는 단지 합조단의 결과발표를 신뢰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름의 상당한 이유가 있다'라는 식의 주장은 사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흔하게 접할 수 있고 또 받아들여지지만 천안함 사건에서만큼은 예외이다.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합조단의 주장은 거의 모두가 의심스럽다. 이것이 잘못된 것인가? 내가 의식적으로도 억누를 수 없는 의혹, 그것이 사실일 리가 없잖아 하는 인간 본원의 의혹과 호기심이 그렇게 큰 죄란 말인가?
이런 항변이 국가에 무슨 큰 죄를 짓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정신적인 테러행위에 다름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를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낙마시켰고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개봉관에서 상영중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야기했다. 천안함에 대해 이렇게까지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혹시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거기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춰 억지로 강요하려 드는 건 아닐까 하는 의혹마저 생긴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경우 앞서 그 내용을 소개했던 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왜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내용도 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개탄하는 마음이 앞선다. 오히려 천안함 관련 재판에서 새로 나오는 내용들은 크게 보도되지도 않았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하면 참 이상하지 않은가?
'일부단체'의 협박 때문에 영화를 내렸다는 메가박스의 변명도 구차해 보인다. 관람객의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될 정도의 협박을 받았다면, 경찰에 신고해서 그 협박범을 잡는 것이 상식 아닌가?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영화 한 편 보기 위해 자신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치안과 질서가 엉망이 되어 버렸나? 혹시 천안함에 대해 의혹을 가진 국민은 '일부 단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메가박스 상영중단이 의미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