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만 가면 살 게 한 가득.
홍현진
'소박한 결혼 프로젝트'라는 대문 제목을 내걸고 연재를 하면서 많이 받는 오해가 있는데 '소박한 결혼=돈 적게 쓰는 결혼'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되도록이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결혼준비를 하자고 결심한 우리에게 금전적인 요소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나와 곰씨가 생각한 '소박한 결혼'의 진짜 의미는 허례허식을 최대한 줄이고 우리가 꼭 필요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채워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생에 단 한 번'이라는 이유로 결혼준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무리'하지 말자는 다짐도 있었다. 나는 우리의 결혼준비가 '일상'의 일부가 됐으면 했다. 너무 힘주지 않고 소박하게, 그리고 즐겁게. 비용을 줄이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결혼식은 공공기관에서, 프러포즈는 간소하게, 예단은 생략, 예물은 곰씨네 부모님이 30여 년 전 결혼할 때 맞추셨던 것을 다시 세팅했더니 돈 들어갈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와이로 정한 신혼여행 정도에만 목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가구와 가전제품을 알아보니 이건 뭐, 어떤 의미로건 '소박하게'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집이 좁아서 들어갈 것도 별로 없겠군'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집이 좁아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침대, 장롱, 책상, 책장... 가격표를 보고 있으니 두 사람이 함께 '살림'을 차리는 것은 그야말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경험이 또 있을까. 자잘하게 사야 할 것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텅빈 싱크대를 보고 있으면 '저걸 언제 다 채우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 준비 하다 보면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돼서 나중에는 돈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어진다'고 하던 말이 실감났다.
집에 놓을 것들을 고르면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내구성. 적어도 10년은 쓴다고 생각하니 아무거나 고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디자인까지 더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뛰었다.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는 가구를 보고 곰씨와 둘 다 한 눈에 반해서 가격을 물었다 괜스레 의기소침해진 적도 있었다. 그 비싼 가구를 실제로 구입한 사람들을 블로그에서 발견할 때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은 정해져 있었고, '이제 시작이니까'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말했다.
"우리 결혼할 때만 해도, 가구가 어딨노. 단칸방에 티비랑 냉장고만 놓고 시작하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하나하나 살림 늘려가는 게 보람이 있더라고. 처음부터 다 갖춰놓고 시작하면 그런 재미가 없지 않겠나."신경 쓸 게 많아서 잠이 안 온다는 예비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