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주변 점포들의 장애인용 경사로 설치 현황
고정미
점포 86곳 중 33곳 경사로 없어... 설치한 곳 중 6곳은 규정 미준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편의시설이나 점포의 경우, 그 규모가 300m²(약 91평) 이상일 경우 장애인의 출입을 위한 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점포주나 건물주는 입구에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도우미를 부르는 호출벨, 리프트 등의 보조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경사로의 수평 길이는 단차(바닥에서 입구까지의 수직 높이)의 12배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 공포 이전의 건물이거나 단차가 1미터 이하인 경우, 시설관리자 등이 경사로로 출입하는 것을 돕는 보조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울기를 8배까지 완화할 수 있다. 이 기준은 휠체어 이용자가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각도를 고려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에서 강남역에서 교보타워까지 이어진 대로변 점포 86곳을 조사한 결과, 휠체어용 경사로를 설치한 점포는 단 23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경사로를 마련한 23개의 점포 중에서도 법정 규격을 준수한 것은 17곳뿐이었다.
나머지 6곳은 경사로의 길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가장 심한 두 점포는 28cm와 10cm의 턱에 각각 76cm, 17cm의 경사로를 설치했다. 비율로 따지면 1:2.7, 1:1.7 정도가 된다. 길이 비율이 1:1.7인 경사로는 각도로 환산하면 약 30도가량이다. 30도는 비장애인에게도 가파른 경사다. 당연히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강남구 장애인재활센터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이아무개(50)씨는 "번화가라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더 잘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며 "주변인 중에서도 가게에 들어가다가 (경사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전동 휠체어가 넘어가서 다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만날 사람이 있으면 주로 집으로 부르는 편"이라고 했다.
높은 턱을 두고도 경사로나 출입 보조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점포는 33곳에 달했다. 심한 곳은 바닥에서 입구까지 95cm의 높이 차이가 났지만,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았다. 9곳은 호출벨과 리프트 등의 대체시설(보조시설)을 마련해 장애인들의 출입을 돕고 있었다.
경사로 설치 안하면 100만~200만 벌금... "설치권고 받은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