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비서, 퇴근 전에 국제전화 한 통화만 하면 된다. 깜짝 발표나 전화는 그런 식으로 하는 거다.
rgbstock
북한의 전방위적인 대화공세에 이제 공은 형식상 미국으로 넘어간 듯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급한 것이 없어 보인다. 산적한 국내문제로 유권자들이 고립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미국 내 정치 상황에다가 리비아의 카다피를 처단하고, 빈 라덴을 사살해 수장시킨 바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당사국이자 관련 동맹국인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며 국제적 위상도 상당히 성장한 나라다. 미국이 국내 정치 사정·외교관계의 우선순위 등으로 직접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는 한국에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북한 문제를 '위탁관리'를 하며 북미 직접대화는 자연스레 피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지난 4월, 50년간의 북한의 외교대화패턴을 '협상국면 2개월 내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킨 후 5~6개월 내 외교적 보상을 받는 벼랑 끝 전술'로 분석·정리하며 비판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 및 민간의 인식은 상당 부분 CSIS의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과거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겠다"고 종종 공언하는 것도 이에 기초한다. 또한 올해 북한 '전승절' 행사(7월 27일) 참석차 방북한 시리아 대표단을 김정은 제1비서가 따로 접견했다는 소식은 워싱턴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 시리아의 오랜 미사일 수출협력관계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비핵화' 유훈을 이루기 위해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고 이를 위해 미국에 직접 가서 할아버지 대신 낚시를 하든,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든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앉아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한다.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등 오갈 수 있는 대화주제를 가지고 전화를 걸어야 할 것이다.
물론 비핵화 다음에는 미국이 인권이나 기타 문제를 걸고넘어져 북미 수교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는 북한 입장에서 쉽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지도자라면 쉽지 않은 일,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도 도전하며 역사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생활은 '인민적'이지도 않은 스위스 유학생 출신이면서 가식적으로 인민복을 입고 다니고 20세기적 할아버지 방식이나 쫓아가려는 행동은 결국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할 것이다. 자존심도 좋지만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전화해서 인사를 건넬 줄도 알아야 한다.
'3AM Moment'라는 말이 있다. 중대한 외교·안보 사항에 대해서는 한밤중 지구 반대편에서 걸려온 전화도 받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묘사하는 비유다. 미국 대통령은 오전 3시라도 전화를 받는다. 워싱턴 시각이 오전 3시라면 평양은 오후 5시다. 김정은 제1비서, 퇴근 전에 국제전화 한 통화만 하면 된다. 깜짝 발표나 전화는 그런 식으로 하는 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