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012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옆자리서 보좌하는 최룡해.
연합뉴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급격히 악화되던 한반도 정세는 5월 최룡해 특사의 방중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이전의 북핵위기 상황들에서 나타났던 양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한반도 긴장을 극대화시키면 동맹 파트너인 중국은 직간접적인 설득과 압력을 통해 위기상황을 '뒷정리'하는 패턴이 또 한번 반복된 것이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 당시에도 중국은 각각 탕자쉬엔과 원자바오를 파견하고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사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전후해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의견들이 다수 제기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중국내 일부 언론은 북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였고, 중앙당교의 <학습시보> 부편집장은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서방언론에 게재하기도 하였다. 아울러, 북한에 부정적인 중국내 여론이 보다 명확히 드러나기도 하였다. 인터넷상에서는 북한 지도부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 이후 전개된 상황은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후견국임을 시사하였다. 물론, 3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이전보다 부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3차 핵실험의 '타이밍'이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이 미국의 대북금융제제라든지 2·13합의의 불이행이라는 문제와 맞물려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행태를 일정 정도 양해할 여지가 있었다.
그에 비해 3차 핵실험은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피로감이 보다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최룡해 특사의 방중 및 리위안차오 중국 부주석의 방북 등을 통해 북중 양국이 우호관계의 재확인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불만이 '프레임 속의 불만'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중국의 대북정책? 중미관계를 읽어라!중국은 왜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논리적으로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결과가 반복된다는 것은 결국 그 원인이 행위자들의 특수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이 처한 구조적 환경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의 대미 관계는 바로 그러한 구조적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가 여전히 무정부적 상태라면, 국가들은 최고목표인 생존을 위해 국가간 세력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도 패권국 미국과의 관계설정은 북핵문제를 포함하는 대외관계 수립에 있어 거의 최우선의 고려대상인 것이다.
지난 6월 시진핑-오바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제기한 '신형대국외교'는 이러한 중국의 고민이 투영된 정치적 개념이다. 사실, 신형대국외교 개념이 기반하고 있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은 1970년대초 미중관계 개선 시기에 이미 주창되었던 논리다.
보다 현실적인 맥락에서, 신형대국외교 개념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강대국들간 협조체제를 새롭게 묘사하는 레토릭에 불과할 수 있다. 즉, 1814년 빈체제, 1921년 워싱턴체제, 그리고 1945년 얄타체제와 유사하게 신형대국외교 개념은 1990년대 후반 출현하기 시작한 미중간 협조체제의 정치적 수사인 것이다.
보편적으로 강대국 간 협조체제는 상호 간 출혈 경쟁으로 인한 이익훼손을 방지하는 것을 그 핵심 목표로 한다. 경제학적 카르텔 구조와 그 논리가 동일한 것이다. 미국은 국제문제 관리를 중국에 '아웃소싱'함으로써 패권유지 비용을 절약하려 하고, 중국은 그 대가로 원만한 대미관계를 형성해 국가발전을 지속하려는 것이다. 세계자본주의체제의 확산에 따른 상호의존의 심화와 상호 핵억지력 보유 등으로 미중 간 담합구조는 이전의 강대국 협조체제보다 강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텔 구조에 내재한 구성원 간 불신은 소멸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배반 가능성을 항상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구호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고, 베트남,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몽골 등 중국과 인접한 국가들에 대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동아시아에서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바탕으로 타이완 문제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려는 것 역시 중국 견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핵문제를 미국의 희망대로 '처리'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미국의 중국 포위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지정학적 가치가 큰 북한을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압박하는 것은 전혀 영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보다 중국은 6자회담이라는 자신의 방식으로 북한을 관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미국에 보이고, 아울러 북핵문제가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급변하는 것 역시 차단하려고 한다. 더욱이, 중국은 6자회담을 매개로 한반도 문제로부터 자국이 소외되는 상황 역시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 대중정책의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