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창의력은 '방해받지 않음'에 있다.
김용주
실내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배우는 게 많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몰입'에 관한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학습한다. 재미가 있으면 친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30분이 넘도록 집중력을 가지고 특정한 관찰과 행동을 지속한다.
때론 과학자를 방불케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하다가 때로는 꺄르르 혼자 빵 터져서 몇 분을 구르기도 한다. 이때 가장 큰 방해꾼은 유감스럽게도 나 같은 '부모들'이다. 부모의 놀이 방식과 아이의 놀이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아이의 놀이 방식은 무질서하거나 위험하고 더럽기 때문에 종종 '틀린 방식'으로 치부된다.
놀이터에서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몰입 단계에 들어가기 직전, 부모들의 개입이 시작된다. "OO야, 그거 입에 물면 안돼", "OO야 소리지르지마, 시끄러워", "OO야, 일어나 바닥 더러워" 등과 함께 아이들이 노는 순간에도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들 사이를 중재한다.
"OO야 빨리 장난감 친구에게 줘. 니가 형이잖아.""OO야 저기 동생이랑 같이 블록 쌓아봐." 멀리서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들은 부모의 아바타가 된 것처럼 부모의 룰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이내 자율성을 잃은 채 불안해하며 노는 중간중간 부모의 눈치를 본다.
불안해진 아이들은 부모를 찾게 되고, 이제 부모는 아이 곁에 아예 붙어 앉아서 제대로 놀이 지침을 교육시킨다. "OO야 우리 블록으로 집을 만들어볼까" 부모는 아이에게 집을 만들어주고 자동차를 만들어준다. 아이는 부모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 작품을 가지고 잠시 놀다가 이내 싫증을 낸다.
악순환으로 점점 엄마 아빠가 바빠진다. '엄마, 이거 해줘' '집 만들어줘' '여기에 올려줘' '나는 잘 못하니까 아빠가 이걸 해줘' 등등. 부모는 잠시라도 자기가 없으면 아이가 혼자 놀 줄 모른다고 한숨을 내쉰다. 놀이터에서조차 내 시간 없이 아이에게 '올인'한다고 주변 부모들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러다 이내 자기 아이를 보고 소리친다.
"OO야 그렇게 만들면 안돼. 집이 무너지잖아!"두세 살 난 유아를 키우는 부모나, 고3 입시생을 키우는 부모나, 어떤 길을 만들어놓고 아이를 그 길로 걷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부모들은 아주 초기 단계부터 아이의 자발성을 왜곡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유아를 돌봄에 있어 위험한 상황들이 있다. 어릴수록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그렇다고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온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아이를 매순간마다 강제로 일으켜 세우고, 항균 티슈로 닦은 장난감만을 가지고 놀게 할 수는 없다.
아이 입장에서 그것은 스스로가 즐거운 놀이일 리 없다. 그저 하나의 역할극 내지는 무선 조종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의 몰입에 의한 학습 발달을 방해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잦은 개입과 방치를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