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서 경찰이 그 수고를 얼마나 물거품으로 만들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 말대로 '열정적'으로 분석했지만, 이번 녹취록에서는 그들의 부끄러운 맨 얼굴이 공개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개입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처음으로 아이디(ID)를 발견하자 서로 격려했다. "파이팅"을 외치며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베스트 게시글을 만들기 위해 '셀프 추천'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은 삭제해 달라고 신고해,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2012년 12월 14일 오후 5시 45분] 분석관1 : "파이팅 너에 달렸다. 난 하나 분명히 이거 찾아줬어."분석관2 : "좋은걸 찾으셨네요. 한방에 보낼 수 있는 건데."[2012년 12월 14일 오후 9시 53분]
분석관1 : "MB를 까는 글이 있어. 삭제를 신고해. 삭제를 해달라고. 그런 일을 하는 거지. 지금 여당쪽에 좋지 않은 글쓴 애들 있지. 걔네들 신고해서 다 삭제시켜 버린거야. 그 일 하고 있는거야." [2012년 12월 14일 오후 11시 32분] 분석관1 : "베스트글이 만약 선동글이다. 그러면 그게 베스트로 올라가서 메인에 올라가는 것에 방지하기 위해 반대 10회 이상.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런 것을 싹 정리해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석관2 : "베오베 게시판 있네."분석관1 : "그래서 반드시 반대가 필요하다. 밀어내기."[2012년 12월 16일 오전 1시 23분]분석관1: "자기가 글 쓰고 자기가 추천하네요. '숲속의 참치'가 글을 쓰고 '진짜진짜라면'이 추천해요."
('숲속의참치'와 '진짜진짜라면'은 모두 김씨의 아이디 - 기자 주)분석관2 : "크크크(웃음)"증거 없다고 보도?... 경찰 "더 큰 게 있지"한 분석관이 문재인이 당선될 수 없는 이유를 국정원 직원 아이디인 '토탈리콜'이 추천했다고 하자 다른 분석관이 "이거 많이 추천해, 별일이다 진짜"라며 "그나마 (대선 후보 지지·비방에) 제일 가까운 걸 찾았다"고 말했다.
분석관들은 다수의 아이디를 여러 명이 돌려가며 썼다는 추정도 내놓는다. 12월 16일 오후 6시 21분께 3분석실의 한 분석관은 "근데 또 하나 추정했던 게 있다"며 "그 다수의 아이디를 과연 얘 혼자 쓴 거냐, 이게 전부 다 얘네 아이디면 돌려가며 쓴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분석관은 "우리말대로 우리도 같은 팀"이라며 "저런 일을 받았다면 한명 잡혔다고 안 하고 그런 거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가 여러 누리집에 같은 글을 4번 이상 올렸다는 것도 경찰은 확인했다. 한 분석관은 "보배드림에 '나도한마디'가 해외순방 관련해서"라고 말하자 다른 분석관은 "어 이거 저기(오유)서 봤는데 '나도한마디' 맞는 거 같아, 왜냐면 오유에서도 같은 글 봤거든, 얘는 같은 글을 네 번이나 올렸어 똑같은 글을"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보도에서 경찰 수사 결과, 증거가 없다고 보도되자 "더 큰 게 있다"며 말했다.
[2012년 12월 15일 오전 4시 46분]분석관1 : "기사에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고?" 분석관2 : "언제 나왔어요?" 분석관3 : "증거 없다? 더 큰 게 있지."분석관4 : "동아일보 한 시간 전에? 기사가 있었는데?" 분석관들은 대화 내용이 문제가 될 것을 의식하기도 했다. 대화 도중 CCTV 볼륨을 줄이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12월 14일 오후 11시 30분께, 3분석실의 CCTV 영상에서 한 분석관이 "우리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잖아요, 좌파니 우파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라고 말하고 나서 뜸을 들인 뒤 "볼륨을"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는 "위에 마이크 (볼륨을) 죽였거든요"라고 전한다. 조사실에 대한 CCTV녹화를 의식한 것이지만, 그 말까지도 생생하게 녹음됐다.
국정원 증거인멸 방관한 경찰, '증거 없다' 기습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