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천과 연주산, 철길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영벽정
김종길
죽수서원에서 영벽정을 향해 지석천 제방을 따라 걸었다. 강 건너 멀리 이양으로 가는 철길이 산기슭을 돌아가고 그 아래 절벽 끝으로 삼충각이 보인다. 이따금 다슬기를 줍고 천렵을 하는 이들이 소박한 천변 풍경을 만들어낸다.
아카시아향이 코를 자극한다. 햇살이 금세 얼굴을 태울 기세로 작열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다 손수건을 꺼내 차양을 만든다. 잠시 빛만 가려낼 뿐 이도 소용없다. 몇 번 손수건을 펼치다 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을 위안 삼아 미련하게 걸었다.
풀숲 아래에 몸뚱어리를 감춘 채 졸졸 흐르던 냇물이 서서히 물줄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벽정이 가까워지자 물길은 호수처럼 넓어졌다.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열을 지어 푸른 강에 머리를 감는 양 저마다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나무의 나이는 200년을 훌쩍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