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매도로 전 거래일보다 6.14포인트(0.32%) 하락한 1883.10을 가리키고 있다. 외국인들은 거래일 기준으로 7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이날 642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소위 '1등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 폭락으로 지난 7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15조원 정도가 사라졌다. 그러나 호들갑스러운 반응만 있을 뿐, 그 이면을 분석하는 눈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왜 양적 완화 축소를 하려는 것인지, 삼성전자 주가에 거품이 없었는지, 우리나라 경제 위기의 요인은 무엇인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없이 막연히 주가 폭락을 경제 위기로 연결 짓는 건, 의도된 왜곡에 휩쓸린 무지의 공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07년 11월께 삼성전자 주가는 55만 6천원 정도였다. 2012년 3월 23일 삼성전자 주가는 126만 1천원이었다. 4년 만에 127%가 급등한 것이다. 이 기간 글로벌 경제 위기와 내수 경기 침체를 감안한다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경쟁 상대로 불리는 미국 인텔 주가는 5% 상승에 그쳤고 일본 소니의 주가는 무려 73%가 급락했다. 내로라하는 경쟁 상대의 주가가 줄줄이 폭락을 거듭할 때 삼성전자 주식은 나홀로 고공행진을 거듭한 셈이다. 과연 이러한 결과를 경쟁력의 승리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 하에서 서민들에게 고물가 시름을 가져다 준 고환율 정책. 이명박 정권은 임기 초 947원이던 환율을 2009년 평균 환율 1276원으로 끌어 올렸다. 5년 동안 줄기차게 시행된 고환율정책이 없었다면 매분기마다 사상최대의 매출과 이익 기록을 갱신한 대기업들의 성적은 오히려 사상 최대의 적자로 귀결되었을 것"이라는 게 송기균 경제평론가의 주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상최대의 흑자 행진은 주가를 폭등시키는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기업과 대주주,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외국인들에게 돈방석을 안겨 주었다. (송기균의 <거짓성장론의 종말> 참조)
정권의 주가 떠받치기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외국 투자자나 투기세력의 핫머니가 빠져나가 주가 하락의 조짐이 생기면 정권는 어김없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면서 하락 장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4월 말까지 2조 7천억원의 연기금이 주식 매입에 쓰였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이런 주식 매수는 주식을 팔고 떠나는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 이익을 보장해 주었고, 주가의 추가하락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때부터 주가 하락 때마다 반복된 국민연금의 주가 떠받치기는 국민연금 부실화 논쟁에 기폭제가 되었다.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기업의 곳간을 채워준 고환율 정책.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주가 떠받치기는 당연하게도 주식시장에 투기자금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자산거품 발생은 필연적이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삼성전자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면 이는 고환율과 국민연금으로 떠받쳐온 주식거품(자산거품)의 붕괴신호로 볼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서민 살림살이가 힘들어 진다는 말, 자본과 권력이 지어낸 유언비어일 뿐이다. 정작 우려해야 할 것은 삼성전자 주식 15조 증발을 빌미로 정부가 환율시장에 개입하고 국민연금으로 주가 방어에 나서는 일이다.
'5월에도 주택대출 증가... 4·1 부동산대책 약발'. 지난 12일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와 유사한 제목의 기사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대책이 4월 1일 발표되고 한 달, 서서히 주택거래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언론들은 4월과 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그 증거로 내세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9만136건으로 지난해 5월(6만8047건)에 비해 32.5% 늘어났다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 현상을 부동산 경기 회복의 신호탄인 것처럼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려 16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은 서민 주거 안정에 맞추기보다는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대출 권유책이거나 건설사 살리기에 지나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향후 수입을 담보로 한 대출까지 권했던 이명박 정부. 그런 가운데 가계 빚 1천조 시대가 열렸고, 연체율이 급증했다. 그런 상태에서 박근혜 정부는 첫 부동산대책으로 또다시 대출 권유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