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600미터 고원 지역. 어린 소년이 뜨거운 도로 위를 맨발로 걷고 있다.
추연만
당시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은 가뭄으로 인해 10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20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었고, 50만 명은 당장 아사(餓死)할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살리자는 호소가 전파를 타자 세계 각국의 구호단체가 이에 화답하며 서둘러 아프리카로 향했다. 여배우 예지원도 그 긴급구호 대열에 합류했다. 밀알복지재단 긴급구호팀과 함께 에티오피아의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구하러 간 것이다.
"처음이었지만 두렵지 않았어요. 늘 그런 일에 꼭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어요. 굶어 죽어가는 아이,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이, 더러운 물을 먹고 실명한 노인, 먹지 못해 배가 남산만큼 부풀어 오른 아이, 발이 썩어가는 사람들…."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코끝이 붉어지더니 눈에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2년이 흘렀지만 그때 보았던 장면들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엔 강수연 언니와 함께 우간다에 가요. 2011년 고생을 많이 했지만 항상 기회가 되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SBS 희망TV팀을 따라오게 됐어요. 제가 갔던 에티오피아 모얄레 지역도 꼭 다시 찾아보고 싶어요. 그때 만났던 9살짜리 여자아이 로코와 사포보야나 할머니 잘 있는지 너무 궁금해요. 기자님, 혹시 거기 가시면 제가 보고 싶어 한다고 전해주세요."그녀의 눈에서 수정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떤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저에게 아프리카 봉사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에요. 배우로서 이 세상에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요. 저는 아프리카 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결한 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땅이지요.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이나 노인들, 약하고 낮은 자들이 굶어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에 각자 조금만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고 관심을 가져주면 그 누구도 절대 굶어 죽지는 않을 거예요."한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갔던 그녀와는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헤어졌다. 그녀들은 우간다로 향하는 비행기로 갈아탔으며 우리는 2시간을 더 기다려 에티오피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초목 무성한데 가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