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턴을 들고 있는 마을 사람들. 이 랜턴을 보니 번뜩, 상상력이 발휘됐다. 혹시 랜턴이 더 많이 보급되면 출산율이 줄어들지 않을까?
추연만
그 뒤 1년. 랜턴을 기증받은 지역에서는 조금씩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내 수공업을 하는 가정에서는 실제로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한 줄이라도 더 책을 읽고, 숯불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로 인한 질병들도 많이 줄어들었단다. 심지어 전달해 준 쪽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휴대전화 충전기로도 사용하고 있으니 문명이 이들 삶 속으로 쑥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태양열 랜턴의 변신은 무죄였다.
랜턴이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듣다 문득 엉뚱한 상상력이 발휘됬다. '랜턴이 지나치게 높은 출산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평균 출산율은 가임 여성 1인당 6.0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산모도 아이도 먹을 게 없는 형편에서 무작정 아이를 낳다 보니 산모 사망률과 영아 사망률 역시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높은 출산율은 문화와도 관계가 있다. 자녀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축과 동일한 재산 혹은 노동력으로 여기는 풍습 때문에 '생기는 대로 낳고 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다섯 살 남짓 되면 벌써 한 사람의 노동자가 된다. 물동이를 지고, 나무를 하고, 커피를 따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돌보기도 하면서 집안에 보탬이 되는 경제 활동을 한다.
열살 남짓 되면 양이나 염소·나귀·낙타를 모는 목동 일을 하거나 길거리에서 장사를 한다. 짜트도 팔고, 복권도 팔고, 땅콩도 팔고, 구걸을 하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은 염소나 양 몇 마리에 팔려가 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하거나 나이 많은 남자의 성 노리개가 된다.
그렇게 팔려간 여자아이들은 15세 이전에 폭력적인 성경험을 하고 출산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는 중에 에이즈에 감염되기도 하고 질에 상처를 입어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도 한다. 어떤 마을은 한마을 전체가 성병에 감염돼 있었는데, 그 마을로 팔려오거나 시집 온 어린 여자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출산을 할 정도로 골반이 성장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거나, 자궁 주변의 장기가 파열돼 생기는 병 '피스툴라'에 걸리기도 한다. 무분별한 성관계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과 아이들이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려 고통받는 것이다.
"깜깜해서 특별히 할 게 없어요,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