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노동부장관(오른쪽)과 노동특보(왼쪽)이주인권지원단체 활동에 감사 글을 쓰고 있는 말라위 노동부장관과 노동특보
고기복
반면 혼 유니스 마칸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은 "현대판 노예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집트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인도 영국 인력이 진출해 있는데 이들을 노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하며 "말라위의 젊은 층을 지원할 방안"이라고 야당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전했다.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자 송출을 '노예 수출'이라면서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은 한국민 입장에서는 아주 불쾌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BBC의 보도는 대한민국을 이주노동자를 노예취급하는 노동인권후진국이라고 말라위 야당 의원들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떠벌린 셈이다. 보도내용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이주노동자를 노예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래서 BBC가 대한민국을 '디스'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묘한 보도 시기, 대한민국은 멀었다?보도가 나가자마자 한국과 말라위 양국에서 보도내용의 진위를 가리느라 난리가 났는데, BBC는 인력송출과 관련된 보도를 내면서 양국 관계자의 말을 다 듣지 않고, 말라위측의 이야기만 전달했다. 그런데 여기에 시기적으로도 아주 묘한 구석이 있다. 해당 보도가 나가기 하루 전인, 5월 29일 독일 정부는 각의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그룹에 포함하는 내용의 외국인고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개정 시행령은 7월 1일 발효된다.
지난해 독일에서 상사 주재원 등 우리 국민의 노동허가 신청건수 1093건 중 18.5%인 202건이 거부됐다. 선진국 우대조항을 적용받는 일본은 노동허가 거부율이 같은 기간 6.5%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독일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국적자는 독일 고용시장에서 선진 국민으로 분류돼 노동허가를 받기가 훨씬 쉬워진다.
독일은 1991년부터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제외한 비유럽권 국가로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6개국 국민에게만 외국인 고용시 선진국 우대를 적용했으나, 특정 국가 한 곳을 선진국으로 재분류하기 위해 외국인고용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 말은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신흥국이 아니라 선진국이라는 것을 선진국이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BBC 보도가 시기적으로 묘하다는 것은 독일의 대한민국 선진국 인정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멀었다"고 선언하고 싶었는지, 대한민국을 노예무역이나 하는 인권, 노동권 후진국으로 떠벌렸다.
한편 BBC 보다 하루 뒤인 5월 31일, 문제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장관급 홍보활동, 한국경제설명회에서 대한민국의 탈 신흥국, 선진국 진입을 선언했다. 아직은 멀었다는 BBC와 탈 신흥국을 선언한 대한민국 부총리의 발언 중에 어느 쪽이 신뢰가 더 가는지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을 질시하는, 서구의 인종 우월적인 눈길을 BBC가 드러낸 셈이다.
명예영사 후보 사기 혹은 설레발말라위가 이주노동자 10만 명을 파견키로 우리 정부와 약속했다는 BBC보도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6월 3일자로 말라위공화국을 송출국가로 지정한 바 없어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MOU를 체결한 사실이 없고, 현재로서는 말라위공화국에 대하여 송출국가를 지정하기 위해 논의한 바도 없고, 지정할 계획도 없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우리는 가까운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이주노동자를 받는 상황이므로 굳이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을 받기도 어렵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말라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주한 말라위 명예영사 후보라는 사람이 떠벌린 이야기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