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4차 명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비영리 독립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취재한 결과물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4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뉴스타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Chun Jae Kook)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왼쪽부터 이근행 PD, 김용진 대표, 최승호 PD.
권우성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국내 주류 미디어가 다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언론의 본령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과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은 반길만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이 시점에서도 황폐화된 언론환경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전제돼야 할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대통령 측근을 앉혀 MB정부 시절 최시중 방통대군을 연상시키더니,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 자리에 온갖 반대를 무릎쓰고 고집한 윤창중은 결국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인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김삼천 전 상청회(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 회장이 선임되면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청와대는 정수장학회 이사장 선임에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논란이 돼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자진 사퇴한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또 다시 친박 인사를 앉힌 것은 불통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김재철 아바타'로 지목돼 온 MBC 김종국 사장은 취임 이후 '김재철 라인'을 대거 지역사 사장 등에 내정해 '그 밥의 그 나물'이라는 비판과 함께 MBC의 공정성·중립성 복원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형국이다.
여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터무니없는 북한 개입설을 내보낸 TV조선과 채널A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겨우 사과를 했지만, 종편 허가 취소 요구로 확산되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자유국' 지위 회복 가능할까국민들이 주류언론 대신 비영리 독립 언론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은 여전히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내전이 이어지는 아프리카 말리(46위)와 말라위(53위)가 한국과 같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라니 더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5월 1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3 언론자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인 197개국 중 나미비아, 칠레, 이스라엘과 함께 공동 64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MB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2년 68위였으며 2011년엔 70위, 2010년엔 67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보다 언론자유 순위가 약간 올랐지만 올해도 '언론자유국'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것은 MB정권 내내 이어진 방송사 낙하산 사장 임명 등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비롯된 최장 파업,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해고당한 언론인들 증가, 선거기간 편파보도 시비 등이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첫 발표된 2002년 39위로 출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6년 31위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MB정부 들어서면서 곤두박질하기 시작해 70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사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 또는 '긍정적 평가'에 응답한 비율이 각각 65%, 65.4%에 달했다고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취임 100일을 맞는 4일에는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전날 공개한 내용을 받아쓰기 바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독립적으로 장기간 탐사보도에 전념할 수 있는 언론'으로 한국의 여러 주류언론들을 제치고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는 주류, 일등, 최고를 자처하는 한국 언론들이 유감스럽게도 사회 감시기능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류언론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외면하면서 정권이 원하는 내용만 받아쓰거나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 시대 역시 '언론자유국' 지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