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6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교과서포럼 주최로 열린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안병훈 전 선대위원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적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과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문제이고, 역사 교과서야말로 우리 청소년의 역사관과 국가관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국민의 혼을 만드는 미래의 나침반이다. (중략) 많은 뜻있는 분들이 현행 역사교과서의 왜곡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대안교과서의 출간으로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다. 이 책의 출간을 후원하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애국지사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책의 출간은 훗날 그 자체로서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2008년 5월 26일, 뉴라이트 학자가 주축이 된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출판기념회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한 말이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출판사 기파랑 대표인 안병훈(조선일보 전 부사장)씨 등 참석자들을 애국자로 추켜세우며, 대안교과서 출판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극찬한 박근혜 대통령5년 전 장면을 떠올린 이유는 지난 1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한 8종 중 가운데 뉴라이트 계열인 권희영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이 주집필자로 참여한 교학사 교과서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학사 측은 논란의 핵심인 교과서 본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5년 전 논란이 됐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를 떠올리면 그 내용을 유추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책임 편집을 맡았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는 박효종, 김영호 등 뉴라이트 교수 12명이 집필을 맡았고, 복거일 문화미래포럼 대표 등이 감수를 담당했다. 책의 출판을 둘러싼 논쟁은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로 구성된 '교과서포럼'은 박근혜 전 대표가 축사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기존 교과서가 왜곡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책의 서두에서도 이런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5년 우리가 '교과서포럼'이란 이름 아래 모인 것은 현행 고등학생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존 교과서는 우리 삶의 터전인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하게 태어난 나라인지, 그 나라가 지난 60년간의 건국사에서 무엇을 했는지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교과서포럼 지음·기파랑)> 식민지 근대화론, 대한민국 정통성, 반공· 반북 문제는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교과서포럼의 주장은 고스란히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내용에 반영되었다. 일제의 지배와 독립 투쟁,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 권력과 민주화 투쟁에 대해 기존 역사관을 전면 부정하거나 정립되지 않은 주장이 역사적 사실처럼 기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