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우도에 도착했습니다. 흐린 날이지만 흰 모래밭이 인상적입니다.
황주찬
작은 섬에서 사흘동안 뭐하지? 화투라도 챙겨야 했나항구에 배가 닿았습니다. 배는 익숙한 자세로 승객을 쏟아냅니다. 사람들 표정이 편안합니다. 추측컨대, 우도에서 배 놓쳐 낭패 당하는 일 없어서 일 테고 다른 이유는 제주 관광코스 한 곳을 재빨리 섭렵하고 되돌아왔다는 뿌듯함 때문이겠지요. 목표(?)를 달성한 사람만이 갖는 느긋함이 얼굴에 스칩니다.
반면, 저는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연락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후, 선배에게 넌지시 물었죠. 조그마한 섬에서 사흘씩이나 있는데 뭐하며 지내야 하냐고요. 화투라도 챙겨야 하지 않느냐며 물었더니, 선배는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그 웃음을 보니 더 답답합니다.
가슴에 담긴 뭔가라도 씻어버릴 겸 갑판으로 나갔습니다. 제주 날씨, 참 변덕스럽습니다. 일출봉 오를 때는 맑던 하늘이었는데 우도 향하는 순간 먹장 구름이 가득합니다. 당연히 바람도 거셉니다. 헌데 외국인 두 사람이 그 바람 맞으며 애완견 집을 꼭 부둥켜 앉고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저는 그곳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선배 말에 답답했는데 그들 보니 더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차가운 바람 맞으며 뱃전을 서성이는데 멀리 우도가 보입니다. 아스라이 하얀 백사장이 보입니다. 흐른 봄 날씨지만 맑은 바닷물과 흰 모래가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