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해녀가 물질을 합니다. 물속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깊은 바다에서 밖으로 나오면 거친 숨소리가 납니다. 삶은 끝없이 치열합니다.
황주찬
우도를 느긋하게 걷습니다. 약속도 없습니다. 꼭 가야할 곳도, 봐야할 일도 없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봄 바다를 마냥 쳐다보며 걸으면 됩니다. 가끔 뒤쪽에서 득달같이 달려오는 여려 종류의 자동차 몇 대만 피하면 됩니다. 조용한 제주 시골길,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입니다.
하지만 그 기분, 돌담길 꺾이는 순간 확 사라졌습니다. 휘유~ 휘유~, 봄이라지만 아직 시린 기운이 남아있는 바다 위에서 난데없이 휘파람 소리가 요란합니다. 자세히 보니, 해녀들이 깊은 바다에서 물위로 올라와 내는 거친 숨소리입니다. 봄 바다가 해녀들이 내뿜는 '숨비소리'로 가득합니다.
그녀들 숨소리에서 삶의 무게를 느낍니다.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제주에 머물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주 '우도'에서 3일을 몽땅 보냈습니다. 덕분에 바람소리, 파도소리 그리고 사람소리 실컷 들었습니다. 물론, 제주 바다가 전하는 맛있는 소리도 들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