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과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결혼식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올 가을로 예정된 결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민
감독님 결혼식이 9월 7일이라고 하셨죠. 제 결혼식은 10월입니다. 사실 저는 결혼을 결심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결혼을 결심한 지금은 어떻게 하면 판에 박힌 결혼식이 아닌 '우리만의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저 같은 이성애자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될지 말지를 고민한다면 동성애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와 관련해 화니님은 "한 개인이 나이, 성별, 국적, 인종 모든 것을 떠나서 성인이 되어서 가정을 꾸리고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으로 관계를 인정받는 것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며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해서 헌법 소원뿐만 아니라 법적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조광수 감독님은 "어떤 분은 저한테 결혼이 '불법'이라고 하는데 합법이 아닐 뿐이다"라며 "아직까지 합법이 아닌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아이슬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다양한 결혼식, 당연한 결혼식' 보도 자료에 나온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들이에요. 우루과이에서는 지난 4월 10일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이 의회에서 최종 승인됐고, 영국 정부는 2015년까지 동성 결혼을 합법화겠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동성 결혼 합법화를 추진 중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얼마 전,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 51명과 함께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법안에는 '학력·혼인상태·종교·정치적 성향·전과·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그러자,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특히 '성적지향'이라는 내용이 문제가 됐습니다. 해당 의원실에는 욕설이 담긴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국회의원 50여 명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라니, 얼마나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하지만 감독님과 화니님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니, 두 분이 앞으로 함께 잘 헤쳐나가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을 꼭 맞잡은 두 분이 너무도 행복해보였거든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혐오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결혼식, 당연한 결혼식'. 결혼발표 기자회견 현장에 걸렸던 무지갯빛 문구입니다. 결혼식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부를 수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하실 거라고 하셨죠? '국내 최초 동성결혼식'이 축제 같은 결혼식, 행복한 결혼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9월 7일을 기다리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10월의 신부'가 김조광수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