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당진종합병원에 마련된 한국내화 사망 노동자 5명의 빈소를 찾은 동료 직원이 조문하고 있다.
김동환
"현대제철이 지시한 '동시작업'이 사고 불렀다"지난 10일 오전 1시 45분. 당진제철소 B지구 내 3전로 안에서 내화벽돌 보수 마무리 작업을 벌이던 한국내화 노동자 5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전로는 철광석을 녹인 쇳물에서 황, 인, 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제철소 핵심 시설 중 하나로 지름 8m, 높이 12m의 거대한 항아리 모양이다.
한국내화 직원 유성우(가명)씨는 "전로 보수작업을 마치고 마무리를 위해 바닥으로 내려가던 도중에 높이 8m 지점에서 갑자기 5명이 픽픽 쓰러졌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감전 사고라고 생각해서 즉각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높이에서 감전 말고는 사람이 쓰러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
그러나 사인은 질식사였다. 전로에서는 쇳물 불순물 제거를 위해 아르곤 가스를 사용하는데 이 가스는 산소보다 무거워서 밀폐된 공간에서는 질식을 유발한다. 현대제철 측은 사고발생 반나절 전인 9일 오후 아르곤 가스 주입 등 전로를 2시간가량 시험가동을 시켰으며 사고 당시 전로 내 산소농도 역시 기준치인 22%에 미치지 못하는 16%로 나타났다.
한국내화 정비부 소속 노동자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동시작업'을 지목했다. 전로 보수를 할 때는 원칙적으로 연결된 모든 가스 밸브를 분리하고 보수작업을 마친 후 연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다른 하청업체에서 밸브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내화 직원 원상훈(가명)씨는 "현대제철 측에서 제시한 공정표에 따르면 내화물 보수작업 후 전로에 뚜껑을 씌운 후 6시간 동안 밸브를 연결하고 가스가 새는지 검사하는 리크테스트(leak test)를 하기로 되어 있다"면서 "그 6시간 아끼려고 같이 작업시키다가 사람 죽인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