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당진시 당진종합병원 지하1층에 마련된 한국내화 사망 노동자들 빈소.
김동환
현대제철, "유족에게 최선 다할 것... 분향소는 안 돼"이날 찾아간 당진종합병원 지하 1층 장례식장은 한산했다. 노동자들이 다니던 회사인 한국내화에서 사건 직후 마련한 빈소다. 영정사진과 위패를 놓고 통상 한 집에서 1칸을 쓰는 빈소 3칸을 빌려 널찍하게 터놨지만 검은 옷 입은 문상객은 거의 없었다. 빈소 구석 바닥에 구르는 다 먹은 우황청심환 병이 '급변'을 당한 상가의 냄새를 풍겼다. 그러나 상복 입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서는 가슴팍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붙인 한국내화 동료 노동자 10여 명이 굳은 표정으로 번갈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복도에는 각계에서 도착한 흰 국화 화환들이 다른 복도까지 줄지어 세워야 할 정도로 붐비며 빈소 안과는 대조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빈소는 있었지만 장례는 없었다. 유족들은 장례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묻자 "이곳은 장례를 치를 곳이 아니다"라고 입을 설명했다. 유족들끼리 고인들이 일했던 현대제철 안에 우선적으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장례를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단답형 답변을 하던 한 유족은 '현대제철과 합의가 잘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는 "나도 도무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면서 봇물 터지듯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현대제철이 공식적으로 잘못했다고 했고, 며칠 전 조문하러 왔던 대표이사도 유가족측이 '현대제철 정문 앞에 합동 분향소 설치하게 해달라' 하니까 '알았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와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측이 말로는 '잘못했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없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