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걷는 포터의 모습
신한범
같은 산을 오르지만, 자신의 짐조차 지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의 짐까지 가녀린 어깨에 지고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동과 기쁨 속에 걷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삶의 무게를 지고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포터들의 고단한 삶, 여린 어깨 그리고 가는 종아리를 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상에 대한 나의 욕심과 불평이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히말라야를 걷다 보면 마방을 자주 만납니다. 마방은 십여 마리 당나귀와 한, 두 명의 마부로 구성되었습니다. 마방 선두에는 덩치가 크고 화려하게 치장을 한 대장 당나귀가 워낭소리를 울리며 길을 인도합니다. 워낭소리가 들려오면 트레커는 계곡 반대쪽에 자리 잡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계곡 쪽에 서 있으면 당나귀의 엉덩이나 짐과 부딪쳐 계곡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워낭소리는 쉬어 가라는 히말라야의 경구입니다. 히말라야는 빨리, 높이보다는 천천히, 낮은 것이 삶의 지혜라고 알려 주지만 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히말라야를 걷는 것은 나의 몸에서 나는 워낭소리를 통해 순리를 깨닫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