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풍경임계초등학교 군대분교는 2013년 3월 1일자로 폐교했다.
이무완
지난 4월 27일 정선군 임계면 임계초등학교 군대분교를 찾았다. 군대분교는 군청이 있는 정선읍에서 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승용차를 타고는 꼬불꼬불한 산길로 한 시간 반을 가서 해발 700미터 정도에 이르면 아담한 학교가 나온다. 학교 옆으로는 임계천으로 흘러가는 도랑이 흐르고 낙엽송과 소나무가 운동장 가로 우람차게 자라 아이들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고 놀이터가 되고 배움터가 될 곳에 학교가 있다.
본교인 임계초등학교에서는 15킬로미터 남짓, 시간으로는 30분 정도 걸린다. 지난 2009년 늦봄에 군대분교를 간 일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임길택 선생님(아동문학가)이 교사로 첫 발령 받아 풋내기 선생 노릇을 하던 학교라 감회가 남달랐다. 임길택 선생님은 열네 해 동안이나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날은 해가 뉘엿해질 때였다. 발 밑에서 올라오는 풋풋한 흙냄새, 바람에 묻어오는 시원한 나무 냄새, 새 소리…….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달려와 어디서 왔냐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던 학교다. 학교 근처 도랑에서 고기를 잡고 큰애 작은애 가릴 것 없이 한데 어울려 공을 찼다. 참 잘 놀았다. 학생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모두 일곱이라고 했다.
궁금했다. 신영복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이 땅에서 분교야말로 변방 중의 변방이 아닌가.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부로서의 변방인 군대분교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때 생각만 하고 무작정 찾아갔는데, 교문에는 안전테이프가 둘러쳐져 있다. 지난 3월 1일자로 문을 닫았단다. 1970년에 문을 연 학교인데 43년 만에 문을 닫은 셈이다. 2011년만 해도 1학년 하나, 5학년 둘 해서 세 아이가 다니던 학교다.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운동장은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들떠 푹신푹신했다. 나뭇가지와 낙엽송 이파리가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새하얗게 페인트칠한 책 읽은 소녀 독서상은 더욱 을씨년스럽다. 2011년에 1학년이던 아이는 지금은 3학년이 되었을텐데, 그 아이는 지금 마을 안 학교를 두고 어느 학교를 다닐까?
교육부의 작은학교 죽이기, 효과 있나 지난 3월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못한 초등학교가 강원도에서만 28개 교나 된다. 교육부가 소규모학교 통폐합 기준으로 제시한 학생 수 60명 이하인 학교는 2012년 5월 기준으로 도내 전체 학교 수의 39.9%인 198개교에 달한다. 이처럼 강원도에 소규모학교가 많은 까닭은 무엇보다 이농 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그 원인이 있다. 전북, 전남, 경상북도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에 들어올 학생이 주니까 본교가 분교로 떨어지고, 분교가 되니까 좀 형편이 나은 집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시내 큰 학교로 보내고, 학생이 주니까 학교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올해 6학년인 국동이(삼척 서부초)는 아침저녁으로 30분 남짓 통학차를 타고 학교에 간다. 마을 가까이 있던 도경분교는 십여 년 전 문을 닫았다. 국동이는 오후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돌다가 오후4시가 넘어야 집에 갈 수 있다. 일찍 집에 와봐야 같이 놀 동무도 없다. 마을에 학교가 없으니까 형편이 좀 나은 집들은 죄다 아이가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시내로 떠났다. 국동이 또래가 있긴 하지만 시내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국동이가 다니는 학교보다 더 큰 학교다. 학생 수가 700명이 넘는다. 큰 물에서 놀아야 큰 사람이 된다며 아침저녁으로 부모가 아이를 태워다 주고 태워 온다. 다음은 국동이의 말이다.
"차 타고 오니까 부럽다고 하는 애들이 있는데 나는 차 안 타고 걸어 다니면 좋겠어요. 차 타고 오면 속이 울렁대고 머리가 아플 때도 있어요. 차 시간 때문에 제대로 놀 수도 없고, 일찍 끝났는데 차 시간을 기다리느라 집에 못 갈 때도 있어요. 애들은 그런 건 잘 몰라요. 우리 마을에도 학교 하나가 있으면 좋겠어요."애초 정부는 농산어촌의 교육 여건을 정상화하여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교원의 수업 및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입만 열면 경제적 효과를 떠벌렸지만,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를 보면 "2006~2010년 5년 동안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1.1'에 그쳤다"면서 "통폐합 정책의 주요한 정책 목표가 교육재정 절감이라는 점에서 비춰보면 실체 통폐합 정책의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해나갈 경우 거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통학차량 유지비, 인구 및 경제활동 유출 증가)도 동반하여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통폐합 정책의 비용 대비 수익은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덕분에 농산어촌의 교육과 지역 문화를 희생시켜 농산어촌 지역의 교육 여건은 더욱 나빠졌다. 더구나 학교통폐합정책은 교육 기관에 대한 접근을 한층 어렵게 함으로써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정한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적 교육정책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작은학교 교육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법안을 지난 2월 1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초중고등학교의 교원 배치기준 조항을 모두 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학급당 교원 수 배치 기준을 없애서 학생 수 기준으로 교원을 배정하겠다는 게 개정의 핵심내용이다.
이제 교원 배치는 '지방교육행정기관 및 공립의 각급 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규정을 보면, 교육부 장관이 먼저 총 정원 범위에서 각 시·도의 학생 수와 읍·면 지역 단위의 학교 비율 따위를 고려해 정원을 배정하고 거기에 따라 시·도 교육감이 공립학교의 국가공무원 정원을 정하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이제까지 '학급 수'에 따른 교원 배치 기준이 '학생 수'로 바뀌는 셈이다. 사실상 '교원 정원' 개념이 없어진 것이다.
이는 총 정원 범위 내에서만 교사를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의 손아귀에 교육을 종속시킬 수밖에 없다. 강원도처럼 작은 학교가 많은 지역은 교원 배치율이 더욱 낮아져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도·농간 교육 격차를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이농 현상으로 통폐합 및 폐교 위기에 내몰린 학교와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이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올 1월, 이낙연 의원(민주통합당)은 다른 의원 33명과 같이 '농어촌교육발전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면 지역에는 초중고등학교 또는 통합학교를 한 곳 이상 운영하고, 농어촌학교를 폐교할 때는 1년 전 공고, 주민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학교 폭력, 이곳에서는 딴나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