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최종 통과를 보도하는 <르 몽드>
르 몽드
연이은 논란 속에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말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성소수자들은 달랐다. 4월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하원은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동성결혼법안'을 찬성 331표, 반대 225표로 가결했다. 세계에서 14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것이다.
지난 1월과 3월, 종교계 등으로 이뤄진 프랑스 보수단체들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고, 최근에는 하원의원과 동성커플을 상대로 한 테러 위협마저 있었다. 그럼에도 법안은 가결됐다. 반대 여론에 '법안 철회'라는 보기 드문 상황이 빚어진 한국과 상반된다. 이날 크리스티앙 토비라 법무부 장관은 법안 통과를 "위대하고 고귀한 싸움"에서 승리한 것에 빗댔다. 동성결혼은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등 다른 나라에서도 합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소수자 A씨(33)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국은 지금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면서 인권 후진국으로 가고 있다"며 표현했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한 차례 차별금지법 입법 무산을 겪었고, 이명박 정부 시절엔 인권 전반이 후퇴한 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지고 화가 난다"고도 했다. 또 "UN인권이사회에서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군형법 동성애처벌조항 삭제를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제 사회 권고와도 정반대로 가는 상황이니 우리는 UN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2006년 초대 이사국으로 선출된 이후 계속 연임에 성공, 현재도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UN인권이사회가 2011년 6월 성적지향 등에 따른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통과시킨 '인권,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한 결의안'은 과연 지켜지고 있는가. 아니, '최초의 한국 출신 UN사무총장'이라며 그토록 자랑스러워 한 반기문의 약속조차 우리는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인권의 풍경은 오늘도 스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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